삼일절, 한·러 두 의사가 피운 '8년 우정의 꽃'

파이낸셜뉴스       2026.03.01 15:17   수정 : 2026.03.01 15:20기사원문
​러시아 하산중앙병원장 예브게니, 방한 중 그린닥터스 봉사 동참
정근 이사장과 2018년 첫 인연…라시아에 K의료 접목 적극적
"정치·국경 초월 생명이 우선"…삼일절에 되새긴 인류애 실천



[파이낸셜뉴스] 삼일절인 3월 1일 오후, 부산 온병원 6층에 마련된 ‘그린닥터스 외국인 국제진료센터’. 평소처럼 고국을 그리워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북적이는 이곳에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흰 가운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러시아 의사가 우리말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들의 뼈 마디마디를 세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4개 공공의료기관을 이끄는 경영자이자 베테랑 정형외과 전문의인 막히냐 예브게니 하산중앙병원 병원장(61)이다.

휴일을 반납한 채 진료실을 지키는 그의 곁에는 오랜 벗이자 동지인 그린닥터스재단 정근 이사장(온병원 설립자)이 함께였다.

​■ 사할린에서 연해주까지…8년을 이어온 '인술의 길'

​두 사람의 인연은 국경과 이념을 넘어선 ‘인도주의’라는 공통분모에서 시작됐다. 정근 이사장은 지난 2011년 5월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2018년, 2019년 연해주 크라스키노 봉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 차례나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러시아 일대를 누비며 열악한 환경의 환자들을 무료 진료해 왔다.

​이 과정에서 예브게니 원장은 정근 이사장의 진심 어린 행보에 감명 받았고, 두 사람은 단순한 의료 교류를 넘어 서로의 철학을 공유하는 ‘지기(知己)’가 됐다. 지난 2018년, 2019년에 이어 2월 2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그린닥터스재단의 초청을 받아 세 번째 부산 땅을 밟은 예브게니 병원장은 1일 밤 10시 출국을 앞두고도 삼일절 무료진료 현장에 자원한 것 역시 오랜 친구가 24년째 묵묵히 지켜온 이 길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 “국경은 있어도 생명엔 경계가 없다”

​이날 진료실에서 만난 예브게니 병원장은 상담 내내 환자들의 손을 따뜻하게 맞잡았다. 그는 “러시아에서도 정근 이사장의 헌신적인 봉사 정신은 큰 귀감이 됐다”며 “오늘 부산에서 마주한 외국인 환자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니, 우리가 왜 의사가 되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근 이사장 또한 감회가 남다르다. “정치적 상황이나 국경의 장벽이 가로막을지라도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인도주의 정신은 결코 멈춰 서 안 된다”는 정근 이사장은 “8년 전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에서 함께 의료봉사를 했던 예브게니 병원장과 삼일절이자 온병원 개원기념일을 맞아 부산에서 다시 인술을 펼치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고 전했다.

​■ 부산-러시아 의료 가교, ‘진한 우정’이 밑거름

한국과 러시아라는 국경을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은 이제 개인을 넘어 양국 의료 교류의 가교로 확장되고 있다. 예브게니 병원장은 이번 방문 기간 중 온병원의 선진 의료 시스템을 둘러보며 극동 러시아 지역과의 의료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특히 지난 2018년 협력 협약을 체결했으나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부산과 블라디보스토크 의료 교류를 재점화하고, 한국 의료에 호의적인 현지인들을 위한 의료관광 활성화에도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이날 그린닥터스 국제진료센터에서는 부산지역 초중등 학생들로 이뤄진 주니어그린닥터스 봉사대원들이 분주히 외국인 환자를 안내하며 두 사람의 우정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소중한 생명-따뜻한 세상’을 지향하는 그린닥터스의 행보는 이제 러시아 대륙의 예브게니 병원장이라는 든든한 동반자를 만나 더욱 넓고 깊어지고 있다. 온병원과 그린닥터스재단은 오는 6월초 정근 이사장, 정종훈 울주병원장 등 의료진 20명으로 ‘러시아 하산 의료봉사단’을 꾸려 1주일간 일정으로 러시아 하산과 안중근의사의 단지동맹비가 있는 크라스키노 등에서 우리 동포인 고려인들과 러시아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봉사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국경을 초월한 두 의사의 뜨거운 악수가 삼일절, 부산의 일요일 오후를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하게 물들였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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