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시장 없는 '창업국가'
파이낸셜뉴스
2026.03.01 18:54
수정 : 2026.03.01 19:47기사원문
창업이 성과로 이어지고, 그것이 회수되어 다시 다음 창업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부재한 것이다. 우리는 창업만 장려했지 그 창업의 선순환은 부족하다.
회수시장은 자본주의 기반 창업 시스템의 핵심이다. 투자는 언젠가 회수되어야 하고, 회수된 자금은 다시 다음 창업자에게 흘러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는 회수가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기업공개(IPO)는 문턱이 높아졌고, 인수합병(M&A)은 활성화되지 못했으며, 세컨더리 시장은 아직도 제도화되지 않았다. 창업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엑시트할 수 있어야 생태계가 순환하는데, 지금은 창업 이후 오히려 막막한 상태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끝이 없는 마라톤, 결승선이 보이지 않는 경주가 되어버렸다.
이 와중에 유망 스타트업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한국에서는 상장을 못하니 싱가포르·미국·아부다비 등으로 본사를 옮기고, 결국 자본시장과 세금·기업가치 모두가 해외에 귀속된다. 창업은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회수는 한국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구조. 이는 국가적 자산의 유출이며, 생태계의 성과가 국외로 전이되는 심각한 손실이다. 회수시장을 복원하지 않는 한 이 추세는 더 심해질 것이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첫째, 코스닥을 실질적 회수시장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코스피의 하위 시장이 아니라 기술 기반 기업의 전용 성장 시장으로 리포지셔닝해야 하며, 상장 심사 역시 성장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둘째, M&A를 통한 회수가 가능하도록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및 전략적 투자유인을 늘려야 한다. M&A가 일상적 회수 수단으로 작동하려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세컨더리 펀드와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을 제도화하여 IPO 외에도 중간 회수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에게는 유연한 엑시트 전략을, 창업자에게는 장기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숨통을 제공하는 구조다. 넷째, 실패 이후 재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 회수는 꼭 성공한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실패한 도전이 쌓이고 다시 도전으로 이어지는 시스템도 결국 회수시장의 연장선이다. 창업만 독려하는 정책은 반쪽짜리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회수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해야 하고, 그 흐름이 끊기지 않아야 비로소 '국가적 혁신 시스템'이 완성된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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