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테이블코인 이자 논쟁 격화…韓 디지털자산기본법 설계 변수

파이낸셜뉴스       2026.03.03 15:09   수정 : 2026.03.03 15:09기사원문
‘클래리티 액트’ 교착…국내 2단계 입법도 스테이블코인 규율 분수령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오는 4일 올해 첫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기로 하면서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안인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 협상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백악관이 제시한 지난 1일(현지시간)까지 가상자산 업계와 은행 산업 간 타협이 무산되면서 법안 처리 일정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클래리티 액트와 지니어스 액트(스테이블코인 기본법)를 둘러싼 비은행·빅테크의 발행 제한과 이자·리워드 허용 범위 논쟁은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클래리티 액트 협상 교착의 핵심 원인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잔액에 대한 이자 및 각종 리워드 허용 여부다. 미 백악관 내 가상자산 정책 라인은 규율안 합의를 권고했으나, 크립토 업계와 은행권의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예금 기반 잠식을 우려한 미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보유만으로 주어지는 모든 경제적 보상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서클(Circle) 등 크립토 업계는 예치이자와 각종 리워드를 봉쇄할 경우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서 시장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 스테이블코인 기본법인 지니어스 액트와 그 후속 규정을 준비 중인 감독 당국도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무이자 결제 코인에 가깝게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규제 체계 정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4일 ‘2026년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의 핵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인가제, 예치금 분리·신탁 의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인가제 도입, 준비금 100% 이상 확보, 파산 격리 장치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마련 중인 2단계 입법은 미국 의회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을 상거래용 지급결제 토큰과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운용형 토큰으로 분리 규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은 전자금융·은행 규제 틀에서, 투자·운용형 토큰은 자본시장법 체계 안에서 각각 다루는 방안이다.

이 가운데 학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자 대상을 넘어 지급결제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없으면 블록체인 상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사용하는 격”이라며 “글로벌 제도적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우리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독자적 규율 체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지배구조를 둘러싼 규제가 민간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이 요구해 온 컨소시엄 내 ‘은행 지분 50%+1주(51% 룰)’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묶는 방안 등이 2단계 입법 과정에서 핵심 뇌관으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51% 룰’이 법·시행령에 그대로 반영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시중은행 중심 폐쇄 구조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미 클래리티 액트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수익모델에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한국 2단계 입법의 디테일도 상당 부분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며 “국내 규제가 자칫 혁신을 틀어막는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정책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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