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까지 나선 한전·한수원 공사비 분쟁… 합의점 찾을까

파이낸셜뉴스       2026.03.03 18:47   수정 : 2026.03.03 18:47기사원문
UAE 바라카 원전 공사 지연에
추가비용 1조4000억 두고 갈등
정부 "해외 아닌 국내서 해결" 권고
강제력 없어 합의 가능성에 의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관련 분쟁과 관련해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그치면서 양사 간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권고에 강제력이 없고, 합의 과정에서 배임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원전 발주를 진행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발주처가 추가로 발생한 대금을 아직 지불하지 않은 상황인데다 양사 간 입장 차가 극명해 대금 미지급과 관련한 분쟁 마무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전-한수원 갈등, 국내서 해결 권고

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은 지난해 한국형 원전 수출 1호 사업인 UAE 바라카 원전 공사와 관련해 설계 변경과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추가 비용 1조4000억원을 두고 갈등을 벌이다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요청했다.

두 회사는 이 과정에서 각각 로펌을 선임했고, 국회에서는 관련 비용으로 최소 368억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이 한전은 한수원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중재 결과와 관계없이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양사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분쟁을 해결하고 있는 이유는 계약 조항에 '공사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 LCIA 중재로 해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는 지난달 27일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LCIA에 신청한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도록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양 기관의 합의를 위한 협의체 가동 등의 내용도 담겼다.

한전과 한수원이 정부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UAE 바라카 원전 건설과 관련한 공기 연장 및 추가 역무 수행에 따른 비용 청구 문제는 국내에서 다뤄지게 된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분쟁으로 인한 과도한 소송 비용 발생을 줄이고, 양 기관 간 원만한 합의를 유도해 분쟁 기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원전 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강제성 없는 권고에 합의 도출 불투명

산업부는 한전과 한수원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바라카 원전 건설과 관련한 공기 연장 및 추가 역무 수행에 따른 비용 청구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룰 경우 배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만큼 분쟁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한전과 한수원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UAE 발주처가 비용 정산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한수원에 대금을 정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수원은 정산 협상 계약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한전이 우선적으로 정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요약된다.

결국 발주처인 UAE 원자력공사(ENEC)가 대금 정산을 하지 않는다면 한전은 자사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액을 정산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고, 한수원 역시 배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쉽게 합의에 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 역시 이번 권고가 강제성이 없는 만큼 최종적인 양사 간 합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정부가 '권고' 형식을 택한 것은 공공기관운영법상 자율경영 원칙에 따른 한계 때문이다. 공운법 제3조에 따라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권고를 했고 잠정적으로 합의를 하더라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권고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고 산업부가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문제가 공식화된 이후 행정절차법상 권한을 행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직권남용과 관련한 법률적 문제도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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