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저항선’ 깨진 환율···고환율 장기화 되나

파이낸셜뉴스       2026.03.04 10:02   수정 : 2026.03.04 09:43기사원문
원·달러 환율 1500원..2009년 3월 이후 17년만
서울 외환시장에선 1479원으로 출발
미·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달러 선호 심리 영향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원화도 약세

[파이낸셜뉴스]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금융시장이 안전자산으로 시선을 돌리며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500원을 깼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달러 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다소 진정되긴 했으나 사태 종식 시점이 계속 밀릴 경우 언제든 그 문턱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9원 상승한 1479.0원으로 시작했다. 환율은 앞서 뉴욕증시가 개장한 이후 야간거래(오후 3시30분~다음날 오전 2시)에선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1500원선을 돌파해 1505.8원까지 뛰었다. 마감은 1485.7원으로 했는데, 이는 주간 거래 종가 대비 19.6원 상승한 수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3월 10일(종가 기준 1511.50원)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엔 1600원선에 바짝 붙기도 했다. 이번엔 지난해 말 1480원을 넘었으나 한국은행, 재정경제부 등이 함께 구두개입에 나서고 달러를 매도하는 등 실개입까지 하며 추가 상승을 저지한 바 있다.

이번 환율 급등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타격하며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로 선호가 몰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3일(미 동부시간) 오전 9시50분경 99.33을 가리키며 전 거래일 대비 0.96% 올랐다.

이와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튀며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통화 가치가 절하된 점도 반영됐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공습 시작 전날인 지난달 27일(미국 현지시간) 배럴당 67달러에서 지난 2일 71달러로 6.0% 급등했다. 해협이 완전히 틀어막힐 경우 10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해도 대외 변수인 달러 가치가 지속 뛰어버리면 고스란히 고환율 환경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공식 봉쇄는 아니나 일부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보인다”며 “OPEC+가 증산 카드를 꺼냈음에도 유가는 급등 중인데, 사태 장기화 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현지 시장 참가자들 평가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언했고 이란도 반격을 지속하고 있는 등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확대 중”이라며 “단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연방준비제도(Fed) 추가 금리 인하 기대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금리 인하 기대가 희미해지면 달러는 매력도가 올라가며 상방 압력을 받게 된다.
원·달러 환율 역시 상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물가도 자극할 수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도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한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0.22%p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는데 환율 상승 영향이 더해지면 물가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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