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강국의 과제
파이낸셜뉴스
2026.03.05 18:29
수정 : 2026.03.05 18:35기사원문
소재·장비 공급망 해외의존도 높아
기업·정부 국내 생태계 육성 시급
관련분야 국가 핵심전략기술 지정
실증·상용화 계획 정책사업 추진
수요기업 참여 ‘시장형성’ 나서야
HBM 생산확대·기술고도화 가능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증하면서 엔비디아, AMD 등의 가속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구매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병목의 근저에는 HBM 공급 부족이 자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설을 가속하고 있으나, HBM 중심의 생산 전환 과정에서 모바일·PC용 범용 D램 공급이 타이트해져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만큼 HBM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동력인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집중되는 전략품목이 됐다.
HBM은 세대가 바뀔수록 대역폭과 집적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HBM3E는 12단 적층을 기반으로 1.2TB/s 수준의 대역폭을 구현하고, HBM4는 16단 적층과 2.0TB/s 수준을 목표로 한다. 이후 HBM4E는 더 많은 적층과 더 높은 대역폭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D램 공정은 12~10㎚급으로 빠르게 미세화되고, AI 가속기 패키지 높이 제한에 맞추기 위해 D램 다이 두께도 30㎛대에서 20㎛ 수준으로 얇아지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HBM 경쟁은 단순히 '칩을 더 많이 찍어내는' 문제가 아니라 초박형 다이의 신뢰성, 적층·본딩 정밀도, 열·전기적 특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조기술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AI 가속기 원가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 간 기술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HBM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기업과 정부의 장기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첫째, 정부는 HBM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공정·장비·소재 분야를 국가 핵심전략기술로 체계적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R&D)과 양산 전환 단계에서 국내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소재·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만이 실제 양산라인에 적용될 수 있는데,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대기업 대비 매출과 R&D 규모에서 열세인 만큼 초기 위험부담을 민간에만 떠넘기기 어렵다.
둘째, 국산화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고(예: 30% 이상), 연도별 로드맵과 실증·상용화 계획을 정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생태계 고도화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니라 중장기 목표와 단계별 검증체계를 갖춘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수요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자문, 테스트베드 제공, 공동개발, 초기 구매 등 실질적 시장 형성에 나서야 국내 공급망이 성장할 수 있다. 선행기술과 양산 경험을 보유한 수요기업의 참여 없이는 국내 장비·소재 업체가 글로벌 수준의 품질과 신뢰성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산업의 성장으로 2030년까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기대되는 지금, 한국의 경쟁력 중심에는 HBM이 있다. 그러나 HBM의 지속 가능한 우위는 '메모리 제조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재·장비 공급망의 안정성이 확보돼야만 생산 확대와 기술 고도화가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다. 기업과 정부가 역할을 분담하고, 국내 HBM 소재·장비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지금 반드시 필요하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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