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존엄한 삶' 위한 법적 준비는
파이낸셜뉴스
2026.03.07 10:07
수정 : 2026.03.07 10:07기사원문
법무법인 두율 변호사
[파이낸셜뉴스]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됐다. 평균 수명 연장은 인류에게 축복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나답게',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다.
노화나 치매로 인지능력이 저하되면 '나답게 사는 삶'은 점점 어려워진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생활하지 못하거나 평생 일궈온 재산이 내 의사와 다르게 사용될 위험도 커진다. 가족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있겠지만 부양 방식과 재산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가족 간의 불화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의사능력이 온전할 때 미리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가 임의후견이다. 향후 나를 대신해 가장 '나다운 결정'을 내려 줄 사람을 미리 정해 계약하는 제도다. 의사능력이 온전한 때 내가 신뢰하는 '임의후견인'을 직접 지정하고 후견사무 범위를 정해 둘 수 있어, 장차 판단 능력이 약해지더라도 내 삶의 중요한 결정이 내 의사에 따라 이뤄지도록 할 수 있다. 다만 임의후견계약은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하며, 후견등기부에 등기해야 한다. 또한 후견계약이 있더라도 가정법원이 임의후견인의 사무를 감독하는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실제로 후견계약이 작동할 수 있도록 청구하는 절차까지 함께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임의후견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지능력을 상실한 경우에는 보통 자녀들이 법원에 성년후견을 청구한다. 이때 후견인을 누구로 할 것인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후견인 자리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법원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부모를 모셔 온 자녀를 우선 고려하지만 갈등이 심한 경우 제3자인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기도 한다. 전문가 후견인은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별도의 보수가 발생하고 부모 일상과 신상을 자녀만큼 세심하게 챙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100세 시대에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존엄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흐려지더라도 미리 준비를 해 둔다면 내 의사에 가까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법은 스스로 준비하는 사람을 돕는다. 아직 건강하고 판단력이 온전할 때, 내가 나다움을 잃게 될 순간을 대비해 삶의 방식과 돌봄의 방향을 미리 정해 둬야 한다. 그 준비가 훗날 나와 내 가족 모두를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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