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2000원 육박… 정부 "최고가 지정 준비 마쳤다"
파이낸셜뉴스
2026.03.08 18:18
수정 : 2026.03.08 21:03기사원문
하루 수십원 상승서 다소 진정세
李대통령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
유가·물가 등 대응방안 집중 논의
중동 사태 충격으로 서울 시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L당 2000원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강력 조치 카드를 연달아 꺼내고 있다. 지난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됐던 비상조치인 최고가격 지정에 더해 주유소들의 가격담합 여부까지 들여다보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 치솟는 기름값이 잡힐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오전 중동 상황과 관련해 경제와 물가 상황 점검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한다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회의에는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획예산처,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894.86원, 경유는 1917.34원을 기록했다. 전날 대비 휘발유는 5.46원, 경유는 6.79원 상승한 수치다. 서울 지역 기름값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45원으로 전날보다 3.3원 올랐고, 경유 가격은 1968원으로 4.6원 상승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국내 기름값 상승 압력은 여전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6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21% 오른 배럴당 90.90달러, 브렌트유 5월물은 8.52% 상승한 92.69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국제 유가 변동이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시행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치고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 장관은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며 시행하게 되면 바로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재정 부담 등 우려되는 부분도 이미 검토했고 발표 시 상세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적용 여부는 신중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억누를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의 수익성이 악화해 공급물량을 줄이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공급절벽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석유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어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민간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해 막대한 재정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지정과 함께 불공정거래 행위도 집중단속 대상에 올랐다. 이를 위해 범부처 합동점검단은 불법 석유 유통, 매점매석, 가짜석유·혼합판매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의 경우 주유소들의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법무부도 유가 담합 등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대검찰청에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업계의 자발적 협력도 유도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국내 정유 4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 석유대리점들의 단체인 한국석유유통협회, 전국 주유소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3단체는 "국제유가 인상분이 주유소 가격에 급격히 반영되지 않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협의 경우 면세유 할인 지원 250억원, 농협주유소 할인 지원 50억원 등 총 300억원을 들여 농업인과 국민이 체감하는 유류비를 최대한 낮추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공동체를 해하는 폭리 요금은 일각의 '한탕주의' 행태로 규정되며 근절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최근 중동 상황과 맞물린 석유류의 과도한 인상도 마찬가지(한탕주의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상식과 통념에 맞는 수준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 있도록 단호히 대응하겠다. 석유류 가격에 대한 바가지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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