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 올해도 필승 다짐한 울주군청

파이낸셜뉴스       2026.03.08 18:47   수정 : 2026.03.08 18:47기사원문
작년 말 시작한 방제작업… 5월 매개체 잡는 살충제 '드론작전'으로 마무리
최근 5년 재선충 급증으로 골머리
산림기술사 직원까지 모셔와 대응
봄 되기 전 고사목 찾아 잘라내고
솔수염하늘소 유충 없애는데 주력
이후 성충 돼 나오면 한번 더 박멸
인접지역 협조도 무엇보다 중요해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주군청의 소나무 재선충 방제사업을 지휘하는 이근석 산림휴양과장을 만난 것은 지난 3월 4일이다. 과장의 책상 주변은 산림 관련 전문 서적과 각종 자료로 가득 쌓여 있었다.

이 과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방제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오는 5월쯤 재선충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의 우화기가 시작되면 드론을 이용한 살충제 살포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덧붙였다.

울주군의 소나무 재선충 피해는 공교롭게도 2년 전 이 과장이 울산 동구청에서 울주군청으로 발령날 무렵 역대급 규모로 발생했다. 산림기술사인 이 과장은 이 분야 전문가이다. 소나무로 유명한 울산 대왕암공원에 재선충이 발생했을 때 성공적으로 차단한 이력은 그 능력을 증명해 주고 있다.

■조경용 소나무까지 재선충 먹잇감

국내에서 소나무 재선충이 최초 확인된 것은 지난 1988년 부산에서다. 울산에서는 12년 뒤인 2000년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에서 처음 확인됐다. 그해 69그루의 소나무가 피해를 입었다.

그 후 25년이 지난 현재 재선충 피해는 급증했다. 특히 최근 5년간의 재선충 피해 규모는 지난해 기준 69만9479그루로, 2021년 대비 244% 증가했다. 2021년 이전까지는 총 10만4869그루에 그쳤지만 이후 2022년 7만9807그루, 2023년 9만948그루, 2024년 16만9211그루, 2025년 25만4644그루로 피해 규모는 점점 커져갔다.

울산에서 재선충에 감염돼 말라죽은 소나무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도심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나무가 있는 공원이나 뒷산이라면 어김없이 감염목이 보이고 아파트 단지와 상가지역에 심어진 소나무류의 조경수도 예외가 아니다.

■효과적인 방제 방법 찾았지만…

울산에서 소나무 재선충 방제 역사는 25년에 이른다.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재선충과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를 제거하면서 확실한 차단 방법을 찾았다.

소나무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가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할 시기에 몸속으로 들어간다. 이후 성충이 된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의 어린 가지를 갉아먹을 때 나무의 수피를 통해 침투한다. 재선충이 침투한 소나무는 100% 말라죽는다.

이 중심에는 '고사목'이 있다. 소나무 재선충이 침입한 소나무는 나무가 쇠약해지고 말라서 죽는다. 송진이 나오는 건강한 소나무에는 알을 낳지 못하는 솔수염하늘소는 재선충이 죽인 소나무에는 알을 낳고, 재선충을 또 다른 소나무로 이동시켜주며 이 같은 생태 주기를 반복한다. 공생관계인 셈이다.

방제는 여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봄이 오기 전 모든 고사목을 찾아내 잘라내 살충제 훈증과 파쇄로 솔수염하늘소 유충을 제거한다. 또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돼 나오는 5∼8월에 맞춰서는 살충제를 살포해 제거한다. 겨울철 송진이 적을 때 소나무에 살충제를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알이 성충이 돼 소나무를 갉아먹을 때 약효가 발휘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울산지역은 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소나무 재선충이 재확산됐을까. 울산지역은 그동안 이 같은 방제 방법으로 소나무 재선충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했고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약 2년 6개월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감염자의 장기 격리, 대면 활동 위축 등으로 방제 인력 투입이 원활하지 못했다. 방제작업은 늦가을에서 이른 봄까지 약 5개월 전후 집중되는데, 대규모 인력 투입이 요구된다. 정부의 예산 지원도 감소해 방제 작업 자체도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 2014년 이후 전국적으로 소나무 재선충 피해 규모가 계속해 감소하자 2020∼2021년 당시 산림청의 소나무 재선충 방제 예산은 약 1000억원에서 500억원대로 거의 50%나 줄어들었다. 그 사이를 틈타 재선충이 재확산했다.

울주군의 경우 2021년 방제 대상목이 4만8237그루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인 2023년에는 11만455그루로 늘었고 2024년에는 16만3148그루까지 급증했다.

■재선충 방제사업까지 매칭 사업으로

부족한 예산은 방제사업의 발목을 잡았고 지역별 방제 불균형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켰다. 효과적인 방제 방법을 알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 지역에서 60∼80% 안팎의 낮은 수준에서 방제가 이뤄졌다.

더 큰 문제는 재선충 발생지역이 현재 전국 155개 시·구·군에 이를 정도로 확산되면서 국비로 지원되는 방제 예산은 더욱 빠듯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재선충 방제사업이 국비에 자체 예산을 보태서 쓸 수 있는 매칭사업이다 보니 각 시구군의 재정 자립도에 따라 가능한 방제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재선충 피해목 급증 지역에 전년대비 2배 넘게 국비를 지원하더라도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매칭 예산을 맞출 수 없어 국비를 반납한 뒤 자신들 실정에 맞게 줄여서 다시 받아 간다"며 "가난한 지자체가 재선충 방제보다 민생 분야에 예산을 더 쓰겠다는데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균형이 피해 확산을 가속화했다. 재정 자립도가 높은 울주군은 자체 예산을 추가 투입해 방제에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현재 경남 밀양, 부산 기장, 경북 경주의 타 지역에서 넘어오는 솔수염하늘소를 차단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밀양, 경주 등 피해가 극심한 인접 지역에서 예산 부족으로 방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울주군까지 피해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선충 확산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현상으로, 인위적으로 전국 확산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확산을 지연시키는 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

이근석 과장은 "지금까지 재선충을 추적해 제거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선제적으로 확산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설정했다"며 "재선충 감염목이 발견되면 그 주변 소나무까지 모두 제거해 감염 확산을 사전 차단하고, 아울러 해당 지역에는 산불 등 화재와 병충해에 강한 나무를 심는 수종 전환 방제를 병행한다"고 말했다. 또 경관 지역, 관광, 문화재 등 반드시 소나무가 필요한 곳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적으로 소나무를 보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uls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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