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이 갈 길
파이낸셜뉴스
2026.03.08 19:05
수정 : 2026.03.08 19:05기사원문
세계 경제포럼 의장을 지낸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마르틴 슈바프가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담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 해가 2016년이었다. 이 개념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결합시켜 현실과 가상세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삶 전체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자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부터 불과 10년이 지난 현재, 생소했던 이 개념은 완전한 현실이 되었다.
우리 시대에는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이라는 원리들이 점점 더 밀도 있게 실현되고 있다. AI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와 로봇공학이 하루가 다르게 현실에 적용되어 우리의 삶 속에 파고든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전통적인 기계공학에 AI와 IoT 기술이 접목된 결과물이고, 초지능과 초연결이 결합된 초융합 기술체계의 예를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학과 분자생물학이 정보기술과 결합하여 초고속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데이터과학으로 확산을 예측한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베를린 아인슈타인센터에는 베를린 소재 여러 대학(자유대학, 공과대학, 훔볼트대학 그리고 예술대학 등)과 30여개 기업 그리고 10여곳의 연구소가 함께 참여하여 '디지털화'라는 거대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듈형 플랫폼 형태의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기술은 이전 시대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고, 이것이 가져올 삶의 변화는 기존의 분과학문 체계로는 결코 준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베를린 아인슈타인센터는 공학, 의학, 인문학, 사회학, 생물학 그리고 정보통신 등의 학문분야가 함께 협력하여 디지털 전환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학제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연구 주제에 맞게 스스로 전공을 설계하고, 이렇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디지털화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역량을 갖추어 사회에 진출한다. 명실상부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 산학협동적 틀이 확보된다. 분과학문 중심의 교육체계가 융합과 소통의 네트워크 구조로 바뀌어 4차 산업혁명 담론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새삼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파우스트가 현실은 겉으로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그 근원에는 하나의 공통적인 원리가 있다고 믿고 이를 찾기 위해 철학과 법학, 의학과 신학까지 두루 섭렵했다고 토로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김길웅 성신여대 인문융합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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