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은 리스크 셰어링… 자립 도울 사회적 연대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6.03.09 18:22
수정 : 2026.03.09 21:21기사원문
김은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빚은 개인만의 잘못 아냐
취약계층 수저 빼앗기보다는
소액대출 확대 등 기회 부여를
냉철한 전문성으로 부적격 걸러
도덕적 해이 논란에 정면 돌파
연체일수 무관 채무조정 추진
상환 능력 평가해 맞춤형 지원
임기 목표 'K민생금융 브랜딩'
삶 회복시키는 종합지원 허브로
글로벌 시장에 존재감 내보일 것
[공동기획] 파이낸셜뉴스·신용회복위원회
"먹고 살 것도 없는 사람에게 수저까지 뺏으면 안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무조정은 사회적인 리스크로 이를 '셰어링'해야 한다. 위험사회에서 위험을 분배시켜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
서민금융·포용금융 대신 민생금융을 앞세워 'K민생금융'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인 김은경 위원장을 5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가 채무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도덕적 해이 지적도 나온다.
▲물론 도덕적 해이가 일부 있을 수 있다. 다만,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반론하고 싶은 것이 그들에게 수저를 뺏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못 살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적인 리스크'다. 자본주의에서 그 리스크를 조금씩 분배(셰어링)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쉐어링하는 방법 중 하나가 채무조정이다. 위험을 두루 배분시켜서 경제적인 리스크를 줄여나가면서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다같이 잘 살자는 것이다. 제가 쓴 논문 중에 위험사회에서 위험을 배분하는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서 저는 당시 보험으로 해결하자고 했다. 도덕적 해이 개념 역시 보험에서 처음 나왔다.
다만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걸러내기 위해서 신복위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상대가 우리를 속이려고 해도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 직원의 전문성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채무조정을 통해 어려운 분들의 빚을 탕감하는 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모든 빚을 탕감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물도 없어서 못 사는 사람들에게 '마중물'을 넣어주자는 것이다. 어렸을 때 우물에 가서 펌프질을 하려면 항상 마중물이 있어야 했다. 마중물을 넣어야 그걸 통해서 물을 길러서 마실 수 있는데 어려운 분들에게는 당장 마실 물도 없는 것이다. 마중물을 넣어서 재기를 할 수 있도록,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소액대출 제도의 공급을 1200억원에서 최대 4200억원까지 확대하는 것은 채무조정 이용자가 예상하지 못한 자금이 필요할 때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고 중도 탈락을 막기 위해서다. 그간은 신복위 개인채무조정을 이용하거나 법원에서 개인회생을 받은 사람들로 소액대출을 한정했지만 이번에는 민간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조정을 성실하게 상환하는 분들에게도 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청산형 채무조정 원금 기준을 1500만원에서 5000만으로 높였다. 해외에서도 이같은 채무조정 사례가 많은가.
▲영국의 부채구제명령(DRO)은 채무조정 규모가 매우 크다. 영국은 공공기관 등 공적 영역에서 많이 하고, 같은 유럽이라도 독일은 사단법인 등 사적 영역에서도 가능하도록 돕는다. 심지어 미국도 채무조정 제도가 잘 돼 있다.
한국의 청산형 채무조정 규모가 많다고 말할 수 없다. 청산형 채무조정 대상은 상환 능력을 상실한 취약채무자다. 이들에게 원금의 90%까지 줄여주고, 남은 채무를 3년 간 갚도록 하는 제도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재기하고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고용과 복지 등 복합지원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향후 공공의료분야 연계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채무조정 이행자에게 신용복지컨설팅을 제공하고, 신용점수가 높아진 채무조정 이행자에게 격려금 40여만원을 지급하는 신용상승지원사업도 있다. 채무조정을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이행한 성실상환자에게 연 4% 이내 최대 1500만원의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지원도 운영하고 있다.
―상환능력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채무자에게 맞춤형으로 채무조정을 해주는 방안도 준비 중인데.
▲연체일수와 무관하게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채무과중 정도의 합리적인 평가에 기반한 '연체일수 무관 채무조정'을 중장기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지원 체계는 연체일수에 따라 상환유예→이자감면→원금감면 순으로 지원폭이 확대되는 3단계 지원체계인데 이는 채무자 상환능력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서다.
신속채무조정 특례(극취약층에 대해 연체 90일 전에도 원금 감면 제도)도 지원 대상을 확대한 바 있는데, 연체 장기화 이전에 채무자가 변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조정하면 취약차주의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원장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신복위를 채무조정 이용자의 삶 전체를 회복시키는 '채무자 종합지원 허브'가 되는 것도록 만들 것이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올해 내로 'K민생금융'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다. 아시아 국가의 신용상담기구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우리 시스템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K민생금융에서도 K상품을 만들어서 이제 대한민국도 어두운 부분도 잘하는 선진국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목표다. 빠른 시일 내 구체화될 것이다.
■ 김은경 신복위 위원장 약력 △무학여고,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한국외대 법학대학원 석·박사 △독일 만하임대 법학박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부 상법특별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 위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기획위원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이주미 기자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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