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와 난기류 속 한미 동맹
파이낸셜뉴스
2026.03.09 18:34
수정 : 2026.03.09 18:34기사원문
트럼프, 반미 지도자 참수작전
마두로 체포와 하메네이 제거
김정은, 핵·미사일에 더욱 집착
북 눈치 보느라 연합 훈련 축소
동맹 약화시켜 핵우산 찢는 격
한미 간 엇박자 속히 해소해야
미국발 '관세폭탄'으로 비롯된 경제·통상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안보 파트에서도 난기류는 감지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재명 정부의 비무장지대(DMZ)법 추진을 두고 양측이 불협화음을 빚더니, 올 들어 연합 군사훈련과 2018년 남북 9·19 군사합의 복원 문제로 엇박자를 냈다.
삐걱대는 동맹의 현주소는 지난달 24일 밤 주한미군 입장문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입장문은 "우리는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지난달 18일 서해 상공에 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훈련 중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게 된 데 대해 주한미군사령관이 우리 군에 '사과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국방부도 "일부 사실인 것으로 안다"고 하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쯤 되면 주객이 뒤바뀐 느낌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 안에서 동맹파보다 자주파가 득세하고 있는 징후로 읽힌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미 동맹이 손상되더라도 대북 유화 자세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는 차원에서다. 자주파들이 애용하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을 원용했을 때 가능한 추론이다.
그러나 그런 소망적 사고는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9차 노동당 대회를 마치며 "(이재명 정부의) 유화적 태도는 기만극"이라고 못 박았다. 대남 핵 위협과 함께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도 일축했다. 김정은은 정부가 9·19 군사합의 복원 의사를 밝힌 바로 다음 날 핵 탑재가 가능한 방사포 50문을 공개하며 위협했었다.
현 정부가 스토킹하듯 유화 제스처를 취해도 김정은이 손사래를 치는 까닭이 뭘까. 그도 핵 포기로 국제 제재가 해제되고, 남북대화 재개로 경협이 활성화돼야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음을 안다. 세습독재의 실상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이를 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역대 한국 집권세력들은 화해와 협력의 기회를 통해 우리 내부에 저들의 문화를 유포시키면서 그를 통한 그 누구의 변화를 꾀하고, 우리 체제의 붕괴를 기도해 왔다"고 주장한 데서 보듯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며칠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참수작전으로 제거했다. 김정은도 이를 의식하고 있을 게다. 그가 당 대회에서 미국에는 적대시 정책 포기를 전제로 "좋게 못 지낼 이유가 없다"며 바람을 잡은 이유다. 다만 트럼프가 북을 상대로 참수작전을 벌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외려 김정은이 이를 피하려고 한국을 '인질' 삼아 핵무력 강화에 더 집착할 개연성이 더 커 보인다.
잠자는 자는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할 때는 깨울 수 없는 법이다. 만일 김정은이 체제 지키기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면? 당장 핵을 포기할 리도 없고, 정부가 설령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 당근을 준다고 덥석 받을 소지도 적다. 주민을 배제한 채 북한 권력자만 쳐다보는 정책이 진짜 평화로 이어진 적은 분단 80년사에서 한 번도 없었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한다고 북이 화답할 리도 없다. 북한군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 공격 등 실전 경험을 비축했다. 군사분계선 인근 남쪽만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호구를 자처하는 일이다.
물론 새삼스럽게 북을 자극하거나 대화에 인색할 까닭은 없다. 다만 "먼 길을 가려면 부드러운 말(言)과 함께 큰 몽둥이를 들어라"라는 서아프리카 속담의 함의를 곱씹어 볼 때다. 북측의 거친 위협에 일일이 맞대응하진 않더라도 자위용 수단(힘)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미 훈련을 축소하는 등 한반도 평화의 지렛대를 우리 스스로 내려놓는 건 어리석은 선택일 것이다.
kby7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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