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광화문 공연, 추억으로 남으려면
파이낸셜뉴스
2026.03.09 18:34
수정 : 2026.03.09 18:34기사원문
그 대신 쇼핑백이나 팸플릿, 응원봉이 발걸음에 맞춰 흔들린다. 표정도 한결 밝다. 이들을 맞이하는 상인들의 입가엔 미소가 넘친다. 1년 넘게 광화문이 몸살을 앓게 만들었던 비상계엄·탄핵 찬반집회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오는 21일 방탄소년단(BTS)의 무료공연을 앞두고 광화문 일대가 벌써부터 들썩인다. 서울 한가운데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주최 측은 공연 전후로 30만여명이 광화문에 집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화문이 이런 이유로 가득 차는 날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기대도 크다.
바가지요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취재 현장에서는 이런 장면도 확인됐다. 종로 광장시장 일부 노점은 계좌번호를 걸어 놓은 채 계좌이체를 통한 현금결제를 유도했고, 식재료를 위생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음식점도 기자에게 포착됐다. 명동에서는 카드결제 안내문을 가려 놓은 채 손님이 카드를 내밀면 난색을 표하는 노점도 여전히 존재했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는 길거리 음식 대신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았다. 독일에서 온 관광객은 "명동 거리에 볼거리가 많아도, 값싸고 한국적인 음식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국에서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큰 행사나 연휴가 다가오면 숙박 가격이 먼저 움직였고 부실한 음식, 비싼 음식값, 비위생적 요리방식 등의 문제는 번번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지방자치단체가 행사 때마다 단속에 나서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일부터 4일까지 서울시 단속에 적발된 18개 업소는 숙박요금표를 게시하지 않았다가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숙박요금표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용객이 정상요금을 사전에 알기 어렵고, 업주가 상황에 따라 임의로 요금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관광을 준비하는 쪽과 손님의 기대가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이러한 것도 소소한 해프닝이나 경험이라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관광이라는 것은 때로는 전혀 다른 포인트가 기억되기도 한다. 화려한 공연 전부터 직면하게 되는 바가지요금, 한국적인 음식을 상상했다가 만나게 되는 불친절과 비위생이 BTS보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로 강하게 각인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을 찾는다는 것은 BTS 외에도 '한국의 어떤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복잡해진다. 한 아이돌 그룹이 K팝을 통해 세계인을 한국으로 이끌었는데, 우리는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되었는지 자신할 수 없어서다. 거창한 구호까지는 내걸지 않아도 된다. 원칙대로 가격표를 내걸고, 결제방식을 지키고, 음식 한 접시에 손님에 대한 정성을 담으면 된다. 한국인의 친절한 응대가 노래 한 곡만큼 한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인식도 있으면 금상첨화다. 공연이 끝난 뒤 관광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을 떠올리며 추억을 나눌 것이다. 가능하다면 무엇이 됐든, 그들의 기억 속에 남는 한국이 '비싼 요금'이나 '불친절한 손짓'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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