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유럽 항공화물 운송비 45% 껑충… 글로벌 공급망 타격
파이낸셜뉴스
2026.03.09 18:36
수정 : 2026.03.09 18:36기사원문
'중동전쟁' 전세계 경제에 충격파
의약품·귀금속·반도체 운송 차질
쿠웨이트·이란은 '원유 감산' 돌입
알루미늄 가격도 수년만에 최고치
에너지 수입 의존도 큰 亞증시 출렁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에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보복에 나선 이란이 주변 국가들을 공격하면서 전쟁 여파는 호르무즈해협의 에너지 수송을 넘어 항공과 해상 물류에까지 확산됐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탓에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공과 해상 교통의 상당 부분이 마비됐다.
중동 여러 국제공항이 폐쇄돼 충격을 확산시켰다. 세계적 허브 공항인 두바이공항이 문을 닫으면서 전 세계 항공화물 운송의 약 20%가 중단됐다.
항공편으로 운송되는 의약품과 귀금속, 반도체 등 고가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오가는 대부분의 화물 예약을 중단했다. 해운사 MSC도 페르시아만으로 향하던 컨테이너 화물을 가장 가까운 항구로 우회시키겠다고 밝혔다.
물류비용도 급등하고 있다. 미국 물류기업 플렉스포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라이언 피터슨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화물 운송비용이 45% 상승했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운송비도 상승했지만, 상승률은 유럽행에 비해 절반 이하다. 당사자인 미국보다 유럽과 아시아가 중동전쟁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유럽과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동전쟁에서 발생하는 거시경제적 충격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는 중동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벨기에, 중국, 인도, 일본 등이 꼽힌다.
아시아 금융시장도 미국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주 미국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가량 하락했지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미국보다 훨씬 큰 변동성을 보였다. 전쟁 장기화 전망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자 9일 한국 증시는 코스피가 장 초반 7% 넘게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장중 한때 6% 넘게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는 5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원자재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중동 지역 제련소들의 생산중단으로 알루미늄 가격이 수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알루미늄 생산기업인 노르스크 하이드로는 생산 정상화까지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카타르의 라스라판 가스단지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자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유럽과 아시아는 '가스 확보'를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 스페인으로 향하던 LNG 운반선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아시아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천연가스 부산물인 헬륨 부족으로 반도체 생산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수출길이 막히자 산유국들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생산한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쿠웨이트와 이라크 등은 강제적 생산감축, 즉 '셧인(shutting in)' 단계에 돌입했다. 수십년간 가동된 유전은 한번 닫으면 지층 압력 변화 등으로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등 타격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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