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특허기밀 유출' 15억 뒷돈 챙긴 前직원 구속기소
파이낸셜뉴스
2026.03.09 10:32
수정 : 2026.03.09 18:38기사원문
특허괴물업체 청탁 받고 범행
빼낸 기밀로 소송준비 정황도
사내 공모자는 불구속 재판行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박경택 부장검사)는 삼성전자 IP센터 전 직원 A씨와 특허관리기업(NPE) 대표 B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및 배임 수·증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NPE는 생산시설을 두지 않고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보유 특허를 매각하거나 사용료를 징수해 이익을 얻는 특허 수익화 전문기업으로, 각종 특허 소송의 주체로 나서 흔히 특허괴물로 불린다.
유출된 기밀자료는 삼성전자의 전문인력들이 NPE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을 정리한 내용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협상 중인 NPE가 이 정보를 갖는 것은 '포커 게임에서 상대방이 어떠한 패를 가졌는지 알고 배팅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NPE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관련 '클레임'을 제기해 해당 특허의 소유권·사용권 취득 필요성을 검토하게 한 뒤 A씨로부터 분석 자료를 넘겨받아 진행 중이던 협상에 활용했다.
B씨와 NPE는 내부 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의 전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해 삼성전자와 3000만달러(약 449억원) 상당의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NPE를 상장시키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A씨가 재직 중 몰래 별도의 NPE를 설립한 후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공격을 준비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A씨는 자신이 설립한 NPE에 투자를 요청하면서 삼성전자 내부 특허 분석 자료를 또다시 유출한 혐의도 있다.
사내 기밀을 A씨에게 전달한 또 다른 전직 삼성전자 직원 C씨는 불구속기소 됐다. C씨는 A씨에게 사내 메신저로 특허 분석 자료를 전달하면서 "NPE에는 귀중한 소스이니 대가로 500만달러를 요구하라"고 조언하기까지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특허 기밀 관련 분석에 가담한 NPE 직원 2명과 NPE 법인 등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NPE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며 "전문수사 역량을 발휘해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NPE의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씨가 삼성전자와 체결한 3000만달러 상당의 특허 계약은 삼성전자 측에서 속임수에 의한 계약이라고 주장할 경우 민사상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검찰은 3000만 달러를 범죄수익으로 판단하고 판결 전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추징보전을 청구할 계획이다.
반면 B씨의 NPE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임직원들이 전달받은 자료를 특허 취득이나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충실히 다툴 것"이라고 반박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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