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홍해로 석유 수출 바꿔...호르무즈 완전 대체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2026.03.11 11:23
수정 : 2026.03.11 11:55기사원문
사우디 유조선 25척, 홍해 얀부 항구로 이동
수출에 호르무즈 해협 이용하던 사우디, 홍해로 선적지 변경
동부 유전에서 서부 홍해까지 석유 옮겨...송유관 최대 가동
며칠 안에 전쟁 전 70% 수준까지 수출량 회복 기대
장기적으로는 호르무즈 대체 어려워 "재앙적 결과" 우려
[파이낸셜뉴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수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가장 많이 이용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본격적으로 수출 경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란 전쟁으로 해협이 막히자 홍해를 이용할 계획이다.
사우디 유조선단, 홍해로 집결...수출로 변경
해당 선박들이 운송할 수 있는 석유는 약 5000만배럴로 추정된다. 얀부 항구로 향하는 선박 규모는 보안상 목적지를 공개하지 않은 선박까지 합하면 더 많을 수도 있다.
서쪽으로 홍해, 동쪽으로 페르시아만에 접한 사우디는 지난 2024년 기준 세계 석유수출 순위 1위로 일평균 600만배럴을 수출했다. 사우디는 송유관과 선박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해 석유를 수출했으나 페르시아만을 통해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주로 이용했다. 핵심 유전지대가 동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정보분석업체 비주얼캐피탈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 기준으로 유조선에 실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는 일평균 1422만배럴로 전 세계 해양 석유 수송량의 약 25%였다. 해협을 통과한 석유 중 가장 많은 37.2%(일평균 529만배럴)는 사우디에서 수출한 물량이었다.
미국 원자재 시장조사기업 케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미국·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을 시작하고,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자 약 1주일 만에 90% 감소했다. 미국 CNN은 10일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최근 해협에 기뢰를 부설해 본격적으로 해협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관계자는 정치 매체 악시오스를 통해 해협 주면에서 기뢰 부설용 이란 함선을 최소 16척 격침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를 비롯해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페르시아만에 접한 아랍 산유국들은 수출길이 막히자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석유 생산을 줄였다. 외신들은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이 이란 전쟁 개전 이후 10일까지 약 6% 줄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완전 대체 어려워
사우디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실적발표에서 대체 운송로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동부 아브카이브 유전지대에서 사우디를 동서로 관통, 얀부 항구로 이어지는 1200km 길이의 송유관을 언급했다. 해당 송유관의 일평균 수송량은 500만~700만배럴로 알려져 있다. 나세르는 해당 송유관의 가동량이 곧 최대치에 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송유관과 함께 얀부 항구의 처리 능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며칠 안에 "일평균 500만배럴의 석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 전쟁 발발 전 수출량의 약 70%에 달하는 규모다. 영국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얀부 항구의 석유 선적 능력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9일 동안 일평균 220만배럴로 지난달 선적량(일평균 110만배럴)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우디와 이웃한 UAE의 경우 아부다비 인근 유전지대에서 인도양에 접한 푸자이라 항구를 연결하는 370km 송유관을 이용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석유를 계속 수출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6월 분석에서 사우디와 UAE가 송유관을 최대 용량까지 사용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사용하지 않고도 일평균 260만배럴의 석유를 수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사우디가 송유관과 홍해를 이용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수송로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본다. 케플러에 의하면 사우디는 지난 2월 일평균 720만배럴의 석유를 수출했으며 이 가운데 88.6%인 638만배럴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냈다. 아람코의 나세르는 "과거에도 공급 차질을 겪은 바 있지만, 이번 사태는 중동 석유·천연가스 산업이 직면한 최대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 차질이 계속된다면 세계 석유 시장에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되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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