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니까 괜찮다" 대장암 검진 미루는 이유 1위
파이낸셜뉴스
2026.03.12 16:07
수정 : 2026.03.12 16:06기사원문
"난 건강하니까" 대장암 미수검이 43.4%
초기 증상 거의 없는 대장암, 정기 검진 필수
20~49세 젊은 대장암 많아져 검진 필요성↑
[파이낸셜뉴스] “특별히 아픈 곳이 없고, 검색해보니 별일 아닌 것 같더라고요. 조금 미뤄도 괜찮지 않을까요?”50대 직장인 A씨는 대장암 검진을 미루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검진을 뒤로 미루는 사례는 흔하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판단이 오히려 대장암 조기 발견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스마트기기 확산으로 건강 정보 접근성은 크게 높아졌다. 개인이 스스로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의미하는 ‘건강지능(Health Quotient·HQ)’도 주요 건강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예방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진 참여율 역시 아직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검진 수검률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가암검진 수검률은 58.3%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대장암은 발생률이 높은 암임에도 불구하고 검진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현재 국가암검진은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검사를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수검률은 40%대에 머물러 위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폐암과 함께 시행되는 6대 암 검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12일 강릉아산병원 홍종삼 건강의학센터장은 “건강지능이란 단순히 스스로 괜찮다고 단정하는 능력이 아니라 증상이 없을 때도 위험을 예측하고 검진을 실천하는 판단력”이라며 “검진을 받기 전에 스스로 괜찮다고 판단하기보다 검진을 통해 확인한 뒤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장암이 위험한 이유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환자가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한 채 병이 진행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혈변, 잔변감, 변의 굵기 변화, 검은색 변, 소화장애, 복통, 무기력감 등이 있다.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 수 있는데 오른쪽 대장에 발생한 암은 복통이나 빈혈, 복부에서 혹이 만져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왼쪽 대장에 발생한 암은 변비나 눈에 보이는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홍 센터장은 “증상이 나타난 뒤 진단되는 대장암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런 검사 없이 증상만으로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가암검진에서는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대변 속에 숨어 있는 혈액을 확인하는 검사로 양성 판정이 나오면 추가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분변잠혈검사는 혈변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대장암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해 정부도 국가암검진 제도를 개편하고 2028년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국가 대장암 검진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용종’ 때문이다. 대장암의 95% 이상은 선종성 용종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종의 크기가 1cm 미만일 경우 암 발생률은 1% 미만이지만 2cm 이상으로 커지면 암 발생 위험이 40% 이상으로 높아진다.
홍 센터장은 “선종성 용종이 세포 돌연변이를 거쳐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다”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젊은 연령층의 경우 증상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족력이나 비만, 흡연, 음주 등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검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홍 센터장은 “가족력이나 생활습관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최소 40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온라인 정보에만 의존해 스스로 괜찮다고 판단하기보다 검진을 통해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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