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해운, 호르무즈 유탄... 선박용 저유황유 50% 폭등
파이낸셜뉴스
2026.03.13 08:34
수정 : 2026.03.13 08:34기사원문
해운사 수익성 비상..중동 불안 장기화시 구조적 압박 번질 가능성
아비커스 자율운항·윈드어시스트 부상..“연료 덜 쓰는 기술이 경쟁력”
[파이낸셜뉴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국내 해운업계의 원가 구조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고조가 국제유가를 자극하면서 선박 연료인 벙커유 가격이 급등세를 타고 있어서다. 해운사들은 연료비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항로별 경쟁 강도와 장기운송 계약 탓에 가격 전가에도 한계가 있어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박용 저유황유(VLSFO) 가격은 최근 가파른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3월 t당 462달러 수준이던 가격은 지난 9일 747.5달러까지 치솟았다. 10일 682.5달러로 밀렸지만 11일 다시 718달러로 반등했다. 1년 새 50% 넘게 오른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강세일 때는 연료비 부담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지금은 지정학 리스크와 환경규제, 고금리가 동시에 겹친 상황”이라며 “연료비 급등이 길어질수록 실적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운임 조정과 유류할증료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노선은 상승한 비용을 100% 운임에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해법은 ‘연료를 덜 쓰는 선박’과 ‘연료를 덜 쓰게 만드는 운항기술’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HD현대 계열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이 대안으로 꼽힌다. 아비커스는 항로·속도 최적화 기능을 통해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HiNAS’ 계열 기술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아비커스는 장거리 실증 항해에서 최대 15% 수준의 연료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고, 현대글로비스와 진행한 PCTC 파일럿 운항에선 ‘HiNAS Control’ 적용으로 최대 3.9%의 연료 절감 성능이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후 7척에 대한 개조 적용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바람을 동력 보조수단으로 쓰는 윈드어시스트 기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 bound4blue의 흡입식 세일(eSAIL)은 실제 운항 선박에서 제3자 평가 기준 하루 평균 1.7t, 최대 5.4t의 연료 절감 효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뛸수록 풍력 보조추진의 경제성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로터세일 역시 상용화가 빨라지고 있다. 노르스파워는 자사 로터세일이 통상 5~25% 수준의 연료 절감 효과를 낸다고 제시하고 있다. 일부 선박에선 20%를 웃도는 절감 사례도 제시된다. 설치 공간과 항로별 풍황 조건을 따져야 하지만, 고유가 국면에서는 충분히 검토 가능한 투자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에 해운사들은 단기적으로는 운임 및 할증료 조정, 중기적으로는 자율운항 기반 최적항해 확대, 장기적으로는 풍력 보조추진과 고효율·친환경 선대 전환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해운사 경쟁력이 단순 화물 확보 능력을 넘어 같은 항로를 얼마나 적은 연료로 안정적으로 운항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선박 규모와 화물량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연료 효율과 운항 데이터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벙커유 급등은 결국 K해운의 체질 개선 속도를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