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 1명 몸값도 안 되지만… 류지현 감독 "우리는 여전히 30명이다" 뭉클한 출사표

파이낸셜뉴스       2026.03.13 23:00   수정 : 2026.03.13 23:00기사원문
소토 1명 연봉(766억) > 한국 30명 합계(616억)… 비현실적 다윗과 골리앗
"쉬라니까 야구장에 20명이…" 사령탑도 놀란 태극전사들의 미친 열정
도미니카 홈런 군단 경계령… "투수들 실투 줄이고 집중력 높여야"
"손주영 말소 아냐, 우린 끝까지 30명으로 싸운다"



[파이낸셜뉴스] 마이애미의 태양보다 뜨거운 것은 류지현호의 심장이었다. 1조 원이 넘는 초호화 군단을 마주하고도 벤치의 수장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부상으로 낙마한 제자의 이름표를 가슴에 품고, 다윗의 돌팔매를 굳게 쥐었다.

한국 야구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8강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결전을 앞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상대는 후안 소토(뉴욕 메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우승 후보다. 당장 소토 한 명의 연봉(약 766억 원)이 한국 선수단 30명 전체의 연봉 합계(약 616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비현실적인 매치업이다.

하지만 류 감독의 눈빛에는 두려움 대신 강한 확신이 서려 있었다. 류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도미니카공화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인 강팀인 것은 맞지만, 지금 우리 대표팀의 미친 분위기라면 충분히 대이변을 해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역대 어느 대표팀을 통틀어도 지금처럼 끈끈하고 좋은 분위기를 형성한 적이 없다. 기량 그 이상의 초인적인 힘이 나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령탑이 이토록 자신감을 내비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날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를 지켜본 류 감독은 선수단의 엄청난 열정에 큰 충격을 받았다. 류 감독은 "원래는 전력 분석을 위해 코칭스태프 등 10명 남짓만 경기장에 오려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우리 선수들 20명이 관중석에 앉아있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장거리 비행 후 꿀맛 같은 휴식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상대의 전력을 눈에 담기 위해 야구장으로 달려온 것이다. 류 감독은 "선수들이 직접 관전하러 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팀의 간절함과 열정이 완벽하게 증명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무엇보다 팬들의 가슴을 울린 것은 부상으로 이탈한 손주영(LG 트윈스)을 향한 사령탑의 뭉클한 진심이었다. 한국계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의 합류마저 불발되며 투수 1명이 부족한 채로 8강을 치러야 하는 위기 상황. 하지만 류 감독은 섣부른 대체 발탁 대신 원팀의 의리를 택했다.



류 감독은 "장거리 이동과 시차를 고려할 때 새로운 선수가 합류해 당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란 확신이 없다. 한 명 부족하지만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새로운 누군가 오는 것보다, 도쿄돔에서부터 피땀 흘려 함께 온 이 선수들이 끝까지 똘똘 뭉치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다"고 일갈하며, "손주영은 엔트리에서 말소된 것이 아니다.
고로 우리는 여전히 30명이 함께 싸우는 것"이라고 비장하게 선언했다.

연봉 총액의 격차도,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도, 투수 1명이 부족한 마이너스 엔트리도 류지현호의 불타는 투지를 막을 순 없다. 손주영의 몫까지 짊어진 29명의 태극전사들은 14일 오전 7시 30분, 마이애미 마운드에서 한국 야구의 가장 위대한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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