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1조원 타선 10구로 지운 조병현의 '미친 배짱'

파이낸셜뉴스       2026.03.14 18:30   수정 : 2026.03.14 18:30기사원문
내 공이 더 좋다"… 이름값에 주눅 들지 않은 24살 강심장
호주전 9회 영웅의 진화… 큰 무대 압박감 이겨낸 폭풍 성장
"다음엔 무조건 이긴다"… 한국 마운드 밝힐 '조병현의 시대' 예고



[파이낸셜뉴스] 0-10이라는 참혹한 콜드게임 패배의 잿더미 속에서도,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밝힐 눈부신 희망의 불씨 하나가 타올랐다.

1조 원이 넘는 메이저리그 초호화 타선을 상대로 단 10개의 공으로 완벽한 이닝을 지워낸 24살의 젊은 피, 조병현(SSG 랜더스)의 발견이다. 17년 만의 8강 여정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지만,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마운드에 마침내 '조병현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던 마이애미의 밤이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토너먼트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 0-7로 크게 뒤지며 패색이 짙어가던 5회말, 한국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조병현은 누구보다 빛났다. 그의 공 끝에는 점수 차에 짓눌린 패배 의식 따위는 없었다. 조병현은 선두타자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매리너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아구스틴 라미레스(마이애미 말린스)를 중견수 뜬공, 헤랄도 페르도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투수 앞 땅볼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세계 최정상급 타자들 세 명을 요리하는 데 던진 공은 단 10개면 충분했다. 경기를 마친 뒤조병현은 대단하고 실력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고 상대의 전력을 인정하면서도, "마운드에선 내 공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부담은 없었고 내가 맡은 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 그것도 0-7로 지고 있는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은 '강심장'의 면모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사실 조병현의 이러한 배짱은 이번 대회를 통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조별리그 최대 분수령이었던 호주전, 7-2의 극적인 승리를 완성하며 17년 만의 8강행 티켓을 사실상 확정 지었던 9회의 마지막 투수도 바로 조병현이었다. 절체절명의 압박감을 견뎌내고 환희의 순간을 지켜냈던 그는, 이제 도미니카공화국의 괴물 타자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투수로 훌쩍 성장해 있었다.



물론 우물 안 개구리로 평가받는 투수진의 뼈아픈 현실 앞에서는 그 역시 고개를 숙였다.

조병현은 투수진이 약하다는 평가에 공감하며 "나 역시도 많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에 붙으면 우리가 무조건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한 번 승부해 봤으니 더 적극적으로 붙으면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며 눈빛을 번뜩였다.
두려움 없이 부딪히고 냉정하게 반성하며, 기어코 상대를 넘어서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에이스 류현진이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마운드의 세대교체가 절실해진 한국 야구. 비록 마이애미에서의 8강전은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되었지만,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묵직한 돌직구를 꽂아 넣을 수 있는 조병현이라는 차세대 수호신을 얻었다.

패배의 눈물 속에서 피어난 든든한 클로저의 탄생, 머지않아 대한민국 야구 마운드에 '조병현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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