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은 늘 이런 질문을 던졌다" 삼성 반도체 신화, 권오현 전 회장 新초격차론 제시

파이낸셜뉴스       2026.03.15 14:57   수정 : 2026.03.15 14:59기사원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초격차 3부작 완결판
'다시 초격차' 발간....AI 시대 제도,조직,인재론
주 52시간제.."산업화시대 연장으로 본 착각의 산물"
이건희 회장은 사고 자체가 늘 미래를 향했다"
"반도체 산업, 10년 뒤 내다보고 다시 머리 맞대야"
"MZ세대와 소통...'쇼통' 과 '단절' 경계해야"


[파이낸셜뉴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매출이 떨어졌다고 해서 위기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 분이 말한 위기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이었다."(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신간, '다시, 초격차' 中)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쓴 화제의 신간 '다시, 초격차'는 "초격차의 경지에 오른 회사가 왜 갑자기 쇠퇴하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시작한다.

2018년 초격차 신드롬을 일으켰던 전작 '초격차'가 "누구도 넘볼 수 없게 하라"는 초일류 1등 전략을 제시했다면, 8년 만에 출간된 이번 '다시, 초격차'는 한 마디로 "퍼스트무버 시대 내지는 인공지능(AI)시대에 맞춰 '정부 제도'와 기업의 '인재·조직운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최근 가까스로 부활의 신호탄을 쏜 삼성 반도체도 뜨끔할 얘기다. 인텔은 경영실패사로 박제될 위기에 내몰렸고, 오픈AI 등 미국의 빅테크들조차 생존 경쟁을 펼치는 마당이다.

권 전 회장은 '초격차'(2018년), '초격차 리더의 질문'(2020년)에 이은, 초격차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격인 이번 '다시, 초격차'에서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마인드셋과 국가의 노동제도 역시 여전히 과거 패스트 팔로어(선진국 추격경제)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획일적인 주52시간 근로제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관리자 중심의 인재 양성 △MZ세대 등 미래 인재들에 대한 동기 유인 약화 등을 개선점으로 지목한다.

"주52시간제, 산업화시대로 투영한 착각의 산물"
"단순히 오래, 열심히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그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도 대해선 "과도한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려고 도입됐지만, 미래 산업구조를 (단순히)산업화 시대의 연장선상으로 본 착각의 결과물"이라고 일갈했다. 권 전 회장은 "퍼스트 무버시대의 신기술, 신산업은 대체로 타이밍 싸움이다. 그런데 매주 일할 시간을 고정해두는 것은 난센스다. 최소한 연단위 혹은 반기 단위로 조정가능한 유연한 근무제도라도 허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반도체나 AI 등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이나 스타트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과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같은 혁신기업이 계속 탄생해야 하는데, 획일적인 주52시간제가 그 길을 막고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기존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도 미국식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도 촉구했다. 경영서적을 넣어 국가전략서로 읽히는 대목이다.

경영자 vs 관리자...누구를 키울 것인가


권 전 회장은 "대부분의 위기는 리더의 능력 부족에서 비롯된다"거나 "신사업이 잘 발굴되지 않는 이유는 리더들의 도전정신이 약해진 것도 큰 요인이다"라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외부의 변화다. "더는 아이디어를 외부(선진국)에서 가져올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더는 카피할 사업도 없다. 더는 쉽게 카피도 어렵다. 사업화 속도는 빨라졌고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라고 진단했다.

권 전 회장은 이 부분에서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회고한다. 패스트 팔로어 시대에서 퍼스트 무버 시대가 됐어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건희 선대 회장은 매출과 이익보고는 받았지만 구체적인 경영목표를 지시한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물론, 이 회장도 적자는 '죄악'이라고 했다고 기술함)"면서 "사고 자체가 늘 미래를 향했다"고 밝혔다. 또 이 선대 회장의 질문은 "앞으로 5~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까", "어떤 산업이 유망할까",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권 전 회장은 "아직도 많은 경영자들은 시키는 일을 정확히 수행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을 좋은 인재로 간주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도전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낸 사람이 존중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의 '한 명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라며 "일론 머스크, 젠슨 황처럼 우리나라도 이젠 레버리지(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를 가진 기술자, 경영자가 필요한 세상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의 의미'를 설명하며, 새벽 근무 수당을 줘도 불만부터 터져나오는 현실과 헌금까지 들고 새벽 교회 예비를 가는 장면을 대비시킨 것이나, 결과물 없는 타운홀미팅을 놓고 소통이 아닌 '쇼(Show)통'이라고 일갈하고, "나 때는 말이야 훨씬 더 고생했어'라고 말한다면 그건 소통이 아니라 단절이다"라고 지적한 것은 40년간 기업 현장에서 쌓은 나름의 촌철살인의 통찰로 읽힌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그는 책 말미에 "우리는 메모리반도체 최강국이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된다"며 "앞으로 무엇을 확보해야 그 위치를 유지하고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작은 결정 하나가 10년 뒤 산업 생태계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권 전 회장은 AI란 격변의 시기에 대응해 "단기적 시야로 접근해선 안 되며,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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