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무연고 사망 70%가 남성…핀셋관리 중요

파이낸셜뉴스       2026.03.15 18:21   수정 : 2026.03.15 19:56기사원문
지난해 상반기 고독사 3436명
남성 75%… 여성의 3배 달해
전문가, 사회적 관계망에 주목

#.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거주하던 50대 남성 문모씨는 이혼 후 외동딸과 함께 살다가 딸이 결혼한 뒤 혼자 생활하게 됐다. 딸은 아버지가 걱정돼 종종 본가를 찾았지만 방문할 때마다 술에 의존하는 모습이 잦아졌다.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해 10월 두 사람은 술 문제로 크게 다퉜고, 딸은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며 집을 나왔다.

약 2주 뒤 문씨는 알코올성 심부전으로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무연고 사망자 한해 6000명 넘어




가족이나 지인 없이 홀로 숨지는 무연고 사망자가 최근 3년 간 1만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중고령 남성의 고독사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관계 약화, 알코올 의존 등이 겹치면서 사회적 고립이 장기간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양상이다. 고립 가구에 대한 촘촘한 관리와 일자리·지역 활동 프로그램 확대 등 사회적 관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요청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무연고 사망자는 총 1만5345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3년 5543명에서 2024년 6366명으로 1년 새 14.8%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3436명이 발생했다.

성별 기준으로 살펴보면 남성 편중 현상이 뚜렷했다. 최근 3년 합산 기준 무연고 남성 사망자는 1만1468명으로 전체의 74.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여성 사망자는 3551명(23.1%), 신원불상 사망자는 326명(2.1%)에 그쳤다. 연도별 남성 고독사 비중은 2023년 74.7%, 2024년 74.8%, 2025년 상반기 74.7%로 매년 74%대를 유지했다.

연령대별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70세 이상 사망자가 6458명(43%)으로 가장 많았으며 60대 4850명(32.3%), 50대 2588명(17.2%) 순이었다. 50대까지 포함된 사망자 비중은 92.5%로 집계돼 무연고 사망이 사실상 중장년·고령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기준 2023년 1229명, 2024년 1396명, 2025년 상반기 701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해 같은 기간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21.7%)을 차지했다.

주원인은 알코올 의존·사회적 단절


일선에서 무연고 사망 현장을 수습하는 이들은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코올 의존과 사회적 단절을 꼽는다. 특수청소업체 '열정의청년들'의 이준희 대표는 "고독사 사례의 상당수가 술에 의존하는 생활과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가스·수도 사용량 등을 통해 1인 가구 활동 여부를 확인하기보다 고독사 현황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공공 인력 증원과 민간 현장 인력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 남성의 사회적 관계망 취약성이 고독사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성은 직장 중심의 공식적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은퇴 이후 이런 관계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를 대체할 비공식적 관계망을 형성하지 못하면 사회적 고립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짚었다.
특히 50대 이상 중고령 남성은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여성들과 달리 실직이나 질병, 가족 해체 이후 사회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워 고립 위험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결국 늘어나는 고독사를 막기 위해서는 중장년층 남성의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하기 위한 '핀셋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고령 독거 남성은 복지 프로그램 참여 의지가 여성들에 비해 낮아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며 "이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정부와 지자체가 맞춤형 일자리와 창업 자금 지원, 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참여를 적극 권유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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