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필수' 헬륨 가격 폭등...삼성·SK, 재활용 및 공급처 다변화 총력
파이낸셜뉴스
2026.03.16 11:20
수정 : 2026.03.16 11:19기사원문
2035년까지 반도체 헬륨 수요 5배...구조적 해법 시급
韓, 헬륨의 65%를 카타르에 의존
[파이낸셜뉴스] 최근 중동 분쟁 여파로 헬륨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인 헬륨의 현물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정부와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헬륨 현물 가격은 최근 1주일 새 35%에서 50% 상승했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는 반도체 산업의 헬륨 수요가 2024년 대비 2035년까지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망은 여전히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어, 재활용 기술 개발과 공급처 다변화가 단기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한국의 헬륨 수입 구조가 카타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헬륨 카타르 수입 의존도는 65%에 달한다. 수입된 헬륨 2116톤 중 1375톤이 카타르산이며, 나머지는 미국(27.1%), 러시아(6.2%), 중국(1.7%) 순이다.헬륨은 반도체 공정에서 대체 불가한 소재다. 웨이퍼 온도를 빠르게 조절하거나 체임버 내부의 초고진공 환경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며 레이저 절삭과 에칭 공정에도 활용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헬륨을 완전히 대체할 방안이 사실상 없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도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관련 소재와 장비를 중심으로 수급 상황 점검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재 헬륨을 포함한 총 14개 품목을 집중 점검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용 헬륨의 통상 재고는 2주 안팎에 불과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공급망 리스크를 학습한 국내 기업들은 현재 1~3개월치 수준으로 재고를 확충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헬륨 소요량 자체가 급증하고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는 점은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두 회사는 단순한 재고 확보를 넘어 헬륨 재사용 기술 도입과 공급처 다변화를 동시에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에서 배출되는 고순도 헬륨을 회수·정제해 재투입하는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을 일부 생산라인에 적용했으며, 현재 전체 라인으로 확대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카타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등 대체 공급처 확보에 속도를 내는 한편, 헬륨 재활용 기술 도입을 병행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태는 과거 위기의 데자뷰라는 평가도 나온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반도체 노광 공정의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 공급이 급격히 줄면서 유사한 수급 대란이 벌어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국내 반도체 특수가스 전문기업은 포스코와 손잡고 제철소 부산물에서 네온을 추출·정제하는 국산화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위기를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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