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셧다운' 공포… 전자·車 등 전방산업·산단 지역경제 타격

파이낸셜뉴스       2026.03.16 18:29   수정 : 2026.03.16 18:29기사원문
중동發 원유·나프타 공급 흔들
산업 전반 연쇄 생산차질 우려
산단 화물노동자 매출도 80%↓
고용·지역경제 보호 대책 필요

중동 정세불안으로 원유·나프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공장 셧다운(가동중단) 위기에 몰리고 있다.

생산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전자·자동차 등 전방산업은 물론 여수·울산·대산 등 주요 산업단지의 지역경제까지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셧다운 시 전방산업·수출 직격탄

16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산업은 플라스틱·합성고무·화학섬유 등 기초소재를 생산해 전자·자동차·건설·포장 등 대부분 제조업에 공급하는 핵심산업이다.

스마트폰·반도체 장비용 절연소재, 자동차 내장재와 합성고무, 생활용품 포장재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된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전자·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미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화학소재 원료인 에틸렌 수급에 일부 차질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산업통상부에 에틸렌 물량 확보와 관련한 지원을 요청했다. 에틸렌은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되는 대표적 기초유분으로 플라스틱 소재와 합성수지, 케이블 피복 등 선박 기자재 생산에 활용된다.

석유화학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3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4%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 수출품목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압박으로 나프타 공급뿐 아니라 화학제품 수출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석유화학 제품은 지난 4년간 공급과잉이 심화된 상황이어서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화학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사태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슈퍼폭풍'과 같은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이미 산업 전반이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현 상황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수·울산·대산 산단 지역경제 긴장

여수·울산·대산 등 석유화학 중심 산업단지에서는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지역 협력업체와 물류·정비 업체 등 연관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전남 여수시와 대산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충남 서산시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울산 역시 최근 산업부에 관련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수 산단은 석유화학 생산액이 전체 산업단지 생산액의 98.4%를 차지해 산업구조 대부분이 석유화학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여수를 '산업위기 특별대응 지역'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와 지역사회에서는 정부가 근로자 고용안정과 지역경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재편 과정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남 여수시갑 지역구의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재편 승인이 기업 재무구조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노동자 고용안정과 지역상권 보호는 사실상 '낙수효과'에 의존하는 구시대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여수산단 업체들의 출하량 감소로 화물 노동자의 매출이 54~80% 줄어 운송원가를 제외하면 남는 수입이 없거나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며 "물량 감소가 계속되면 다음 달엔 생계조차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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