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권 침해" vs "약 선택권 확대" 의약계 팽팽한 줄다리기
파이낸셜뉴스
2026.03.16 18:48
수정 : 2026.03.16 18:47기사원문
정부, 무리한 개편에 갈등 고조
의료계 "의사 전문적 판단 무시"
약가 인하 동시 추진에 업계 불만
"제네릭 의존도 높아 타격 불가피"
당국 절충안 내놨지만 우려 여전
■직역 권한이 걸린 성분명 처방
16일 제약·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책의 방향 자체는 의약품 공급 안정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향하고 있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이해관계 충돌이 겹치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의약품 품절 상황에서 공급 유연성을 높일 수 있고 약품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 논의가 시작되면 의료계와 약계의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쟁점은 '처방권'이다.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이 의사의 처방 결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일 성분 의약품이라도 제형이나 제조 공정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특정 제품을 처방하는 것이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약사단체는 상품명 처방 구조가 의사에게 의약품 선택 권한을 과도하게 집중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확대되면 환자와 약사가 함께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 환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약국의 재고 부담도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약가 정책도 산업 이해관계 충돌
약가 정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 측면에서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건강보험 약품비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약가 인하는 제약산업의 수익 구조와 직결되는 정책이다. 제약업계는 약가가 급격히 낮아질 경우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기업 상당수가 제네릭 의약품 매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약가 인하 정책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역시 이러한 충돌을 의식해 제도 추진 과정에서 보완책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과 관련한 세부 방안이 보고됐다.
복제약 가격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계단식 약가 인하 기준을 적용하되 인하 시작 시점을 당초 11번째가 아닌 13번째 품목으로 완화해 조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연구개발 역량이 높은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인하분의 50%를 감면하는 특례를 적용하고 인하 폭 역시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러한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약가 인하 폭 자체가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정책이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제약 산업 경쟁력, 직역 권한까지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는 점에서 제도 변화가 쉽게 추진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 정책은 단순히 하나의 제도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체의 균형과 연결돼 있다"며 "정책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실제 추진 단계에서는 이해관계 조정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