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잊으라 하지만…딸 사라진 봄이면 마음 무거워"

파이낸셜뉴스       2026.03.16 18:54   수정 : 2026.03.16 18:53기사원문
38년전 실종된 이연희씨 母 김영숙씨
"집근처에 과자 사러 갔다 안돌아온 딸
일하느라 바로 찾지 못해 후회스러워"

"지금까지 건강히 잘 있는 건지, 살아 있다면 엄마 좀 찾으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김영숙씨는 38년 전 실종된 막내딸 이연희씨(현재 나이 43·현재 추정 사진)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딸이 사라진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그는 딸을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 채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연희씨는 만 4살이던 1988년 4월 9일, 서울 중랑구 면목4동 집 근처에서 과자를 사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김씨의 집에서 가게까지는 전봇대 두 개만 지나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그러나 연희씨는 몇 시간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김씨는 "그 동네는 이웃끼리 서로 잘 알고 지냈고, 남의 아이도 다 예뻐해 주는 분위기였다"며 "처음에는 다른 집에서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아 그때부터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희씨를 찾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전단지를 돌리며 동네 곳곳을 수소문했다. 경찰에도 실종 신고를 했지만, 별다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어린이재단이 연희씨의 사진을 담뱃갑에 실어 실종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연희씨를 닮은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씨는 "당시 담뱃갑에 실린 딸 사진을 보고 경북 예천에서 한 사람이 병원에서 딸과 비슷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성을 봤다며 어린이재단으로 연락해 왔다"며 "예천으로 내려가 몇 날 며칠을 머물며 전단지도 돌리고 딸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른 뒤 김씨는 연희씨를 찾기 위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방송을 통해 집 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이를 악용한 전화가 잇따랐다. 연희씨를 데리고 있다거나 허위 제보를 하는 연락이 이어진 것이다. 김씨는 남은 어린 두 딸까지 걱정돼 결국 이후 방송 출연을 모두 거절했다. 그는 그렇게 세월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희씨는 세 자매 중 막내로 밝고 활발한 성격을 지녀 주변 사람들을 잘 따르는 아이였다. 동네 어른들도 연희씨를 유난히 예뻐했다고 한다. 둥근 이마와 팔꿈치에 콩알 크기의 작은 점, 눈썹 아래 작은 흉터가 특징이다.

김씨는 그런 연희씨를 곧바로 찾아 나서지 못한 그날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그는 "그때 집에서 부업을 하고 있었는데, 일을 하지 않았다면 바로 나가 딸이 오는지 확인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이런 탓에 김씨는 매년 봄이 되면 연희씨를 잃어버렸던 그날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실종된 연희씨다. 연희씨 또래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딸이 생각나고, 여름철 지하철을 탈 때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팔꿈치에 점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김씨는 "주변에서는 이제 잊으라고도 하지만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느냐"라며 "엄마, 아빠 모두 살아 있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얼른 딸이 우리를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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