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기업의 몫도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3.16 19:10
수정 : 2026.03.16 19:10기사원문
"1, 2, 3차 상법개정안 완결
주주보호에 밀려 기업 소외
美 등 경영권 방어수단 인정
코스피 상승 이끈 정부·기업
李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
기업 요구에도 귀 기울일 때"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회사의 물적분할 후 재상장, 합병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막을 수 있어 소액주주 보호에 필요하다고 한다. '주주'의 범위가 모호하고, 주주 간 이익 충돌 시 이사가 배임죄로 고소당할 위험이 커져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3차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1년 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거나, 처분 시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주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가 악용되는 것을 막고,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당 가치 제고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은 회사의 자본 감소를 초래하며, 자사주를 활용한 임직원 보상이나 신기술 투자 등 자금조달 유연성이 제한된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된다.
모든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이처럼 찬반이 갈린다. 쟁점별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주장도 다르다. 재계는 상법 개정을 하더라도 그에 대비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도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미국 등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수단을 허용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Poison Pill), 이사의 시차임기제,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등이다. 이런 수단을 허용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인 셈이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경우 주식을 세 클래스로 나누어 발행한다. 일반주인 '클래스 A'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이 있지만 '클래스 B'는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이를 통해 구글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소수 지분만으로 과반의 의결권을 유지한다. 의결권이 없는 '클래스 C' 주식은 회사가 직원보상이나 인수합병을 위해 신주를 발행할 때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희석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이러한 차등의결권 등을 통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약 13.6% 지분으로 55~61%의 의결권을 행사하며, 포드 가문은 약 4% 지분으로 40%의 의결권을 가진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차등의결권 대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이른바 '불장'이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 5000'은 공약 7개월 만에 현실이 되었다. 종가 기준 5000을 넘어선 1월 27일 후 불과 18거래일 만인 2월 25일 코스피는 '6000' 고지에 올랐다. 상법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밸류업' 정책이 큰 몫을 한 건 사실이다. 중동전 등으로 인해 급등락이 반복되긴 하지만 '20만전자' '100만닉스' 등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없었다면 상승은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로봇, 이차전지, 방산, 원전 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한미 조선협력 프로그램(마스가)도 세계적인 조선 3사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국내 증시 상황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었어도 역시 6000을 찍었을 것"이라고 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과 기업들의 노력, 외부 변수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하는 게 사실과 부합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수출액이 1월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서고, 누구도 상상 못 했다고 하는 주가도 5000을 넘어섰다"며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의 중심에 기업이 있고, 또 개별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발전해야 국민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도 늘고 국가도 부강해진다는 그 생각은 명확하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상법개정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된 이제는 우리 기업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때다. 상법개정의 명분이었던 글로벌 스탠더드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등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 가운데 포함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dinoh7869@fnnews.com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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