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 열의 보겠다” 정상회담 앞둔 日의 선택은

파이낸셜뉴스       2026.03.17 12:26   수정 : 2026.03.17 16:16기사원문
英·佛·獨도 선 긋기… 동맹국들 ‘신중 모드’ 확산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대한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오는 19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한국·영국·프랑스 등 관련국과 협의를 진행하며 대응 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다국적 '해상 태스크포스(TF)' 구상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공동성명 발표에 대한 지지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직접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사전에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현행법 상 이란 전쟁 중 자위대 파견은 어렵다는 견해가 강해 전쟁 종결 후를 포함한 파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대응 방향 정리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18일 일본을 출발해 19일 미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중동 정세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 전에 이와 관련된 방향성을 정리하려 한다고 아사히신문은 말했다.

미국은 이미 일본에 협력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15일 열린 미일 국방장관 전화회담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에게 다국적 '해상 TF' 구상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이 구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의 안전 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다국적 협력 체제다.

헤그세스 장관은 해당 활동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작전과는 별개이며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앞으로 수 일에서 수 주 사이에 검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비 파견을 약속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위대나 함정 파견을 즉각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이 구상이 미일 정상회담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협력을 다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국들이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트럼프 "동맹 반응 보고 싶다..열의 중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사실상 동맹국의 태도를 시험하는 문제로 보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1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문답하는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국가별 원유 수급량을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를 들여온다"고 했다.

특히 각국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일본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도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독일에도 4만5000에서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필요해서라기보다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어서 요청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왔지만 그들은 그만큼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열의의 정도가 중요하다"며 "왜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 나라들을 계속 지켜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맹국들 반응 '신중'

이같은 미국의 요구에 대한 동맹국들의 반응은 대체로 신중하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란에 대한 개입은 공동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며 독일은 군사적으로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우리 전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 역시 명확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이 더 큰 전쟁에 휘말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호르무즈 해협 보호 임무는 "분쟁의 가장 격렬한 단계가 끝난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교전 중 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군사행동을 강행한 데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법적 장벽에 고민

당장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은 동맹국들 중에서도 가장 압박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에 자국 안보를 상당 부분 의존해 온 일본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주일미군 언급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와 관련해 "근거 법률과 현재 상황을 정리해 일본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법으로서는 현재 전투가 진행중인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기 어렵다는 게 일본 정부 내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현재 이란 정세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나 미군에 대한 후방 지원을 허용하는 '중요 영향 사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위대법에 따른 ‘해상경비행동’ 발령도 법적으로 쉽지 않다.
해상경비행동은 경찰권 행사 성격이 강해 다른 국가를 상대로 한 무력 사용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기뢰 제거, 일본 관련 선박 보호, 정보수집 활동 확대, 타국 군과의 협력 등이 다른 선택지로 거론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다국적 연합은 하나의 방안"이라며 "이같은 협력도 선택지로 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