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산물, 숨겨진 자원의 가치

파이낸셜뉴스       2026.03.17 18:24   수정 : 2026.03.17 18:24기사원문

우리가 매일 먹는 곡식과 과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는 껍질과 씨, 쌀겨와 착즙박 같은 부산물이 남는다. 우리는 이를 오랫동안 폐기 대상으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시선을 달리하면 그 안에는 아직 쓰이지 못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

이제는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때다.

농식품부산물은 생산·수확·가공·유통 과정에서 주된 목적 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물질이다. 이름은 부산물이지만, 과학적·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기능적·영양적 요소가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자원이다.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정책과 연구, 산업의 방향은 달라진다. 폐기물로 분류하면 처리·감축의 대상이 되지만, 자원으로 인식하면 활용 기술 개발과 산업화의 기반이 된다.

유럽은 2012년부터 바이오경제 전략을 추진하며 부산물을 폐기물 범주에서 제외시키고, '순차적 가치활용 원칙'에 따라 소재·화학·식품 원료로의 우선 활용을 지원해 왔다. 독일 JRS사는 곡류·과일 가공 부산물에서 식이섬유를 추출해 제약·식품·화장품 등 산업 소재로 공급했다. 부산물이 잔여물이 아니라 산업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당량의 부산물을 비용을 들여 처리하고 있다. 2024년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규제유예제도를 일부 활용해 자원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개별 기업 단위의 한시적 실증에 머물러 있다. 실증이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상시적 전환 구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변화의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농진청이 업사이클링 산업체를 대상으로 규제·제도 개선을 지원한 결과 지난해 규제특례 7건을 승인 받아 산업화가 진행 중이다. 감귤·배 착즙박에서 기능 성분을 분리해 친환경 소재나 식물성 가죽,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고, 버섯 부산물로 포장재를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가능성을 '구조'로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연구·기업을 유기적으로 묶는 실행 체계가 필요하다.
규제와 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부산물 원료의 표준화와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하며, 생산기술 검증과 산업화 모델 제시까지 단계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농산부산물 Eco-순환 기술 개발' 공동사업을 통해 도 농업기술원·산업체·대학 등과 협력하여 부산물의 부가가치 창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동시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부산물 활용과 관련된 규제 개선 논의를 이어가며 연구가 제도로, 제도가 산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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