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형성 시기 규명 속도 낸다… 360여 개 중 90곳 연대 확인

파이낸셜뉴스       2026.03.19 15:22   수정 : 2026.03.19 15:21기사원문
2028년까지 200곳 확대 추진
제주 전역 지질도 구축 본격화
화산활동 복원·미래 예측 기초자료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전역에 분포한 360여 개 오름의 생성 시기를 밝히는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까지 90개 오름의 형성 시기를 확인한 데 이어 2028년까지 최대 200여 개 오름의 분출 연대를 단계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2020~2024년 한라산 지질도 구축’ 과제를 마무리한 뒤 2025년부터 4개년에 걸쳐 제주도 전역으로 지질도 구축 범위를 넓혀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조사 결과와 기존 연구 성과를 종합한 결과 현재까지 약 90개 오름의 형성 시기가 측정·확인됐다.

오름은 수주에서 수년에 걸친 비교적 짧은 기간 화산 분출로 형성된 화산체다. 화산학적으로는 한 번의 분출 주기로 만들어진 ‘단성화산’으로 분류된다. 각각의 오름이 언제, 어떤 순서로 형성됐는지를 밝히면 제주 화산활동의 시간표를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름의 형성 시기 규명은 제주 화산활동이 어느 시기에 어디서 집중됐는지, 분출 양상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분출물이 어떤 범위에 퍼졌는지를 파악하는 핵심 기초자료다. 과거 화산활동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향후 활동 가능성을 평가·예측하는 과학적 근거로도 활용된다.

제주 오름 연대 측정 연구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초기에는 기법 한계와 높은 비용 탓에 속도가 더뎠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아르곤(Ar) 연대측정법이 도입됐고 2010년대 이후에는 U-Th 비평형연대, 방사성탄소연대측정, OSL(광여기루미네선스) 등 정밀 기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분출 시기 규명이 활발해졌다.

각 연대측정법은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은 화산 분출 이후 형성된 토양, 숯, 식물 잔해 등의 나이를 재는 방법이다. OSL은 퇴적물이 마지막으로 햇빛에 노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연대를 추정한다. 아르곤 연대측정은 화산암이 식어 굳은 시점, 즉 분출 시기를 직접 측정하는 대표 기법이다. 쉽게 말해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여러 기법을 교차 적용해야 제주 화산활동의 흐름을 더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축적된 자료를 보면 제주 오름의 형성 시기는 매우 다양하다. 최근 형성된 사례로는 송악산이 약 3700년 전, 성산일출봉과 도너리오름이 약 6000년 전, 다랑쉬가 약 9000년 전으로 제시됐다. 반면 월라봉은 약 86만3000년 전, 산방산은 약 78만5000년 전, 각시바위는 약 79만9000년 전으로 분석됐다. 같은 제주 안에서도 화산활동의 시기 차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사례 중 영실 오백나한은 약 7만년 전 형성된 화산지형으로 제시됐다. 영실 일대처럼 오름과 한라산 주변 지형의 연대를 함께 읽어내면 한라산 형성과 주변 단성화산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유산본부는 앞으로 축적한 오름 연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공개하고 국내외 관련 연구기관과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 전역 지질도 구축 과정에서 확보되는 고토양 분포, 암석 조성, 오름 분출물 분포 영역 등도 단계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고토양은 오래전 지표면이었던 흙층이 이후 화산재나 용암에 덮여 보존된 토양으로 화산활동 전후 시기를 가늠하는 기준층 역할을 한다.

제주 오름 연구는 관광자원 설명을 넘어선다.
오름을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히는 작업은 제주의 생성사를 푸는 일이자 장기적으로는 화산 연구와 지질 교육, 세계자연유산 해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된다. 제주 전역 지질도 구축이 마무리되면 오름 분포와 생성 순서, 분출 특성에 대한 정밀 연구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제주 전역 지질도 구축 과정에서 확보한 핵심 성과를 단계적으로 공개해 화산활동 연구와 학술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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