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줄고 전월세도 실종… 이주 지연에 속도 못내는 정비사업

파이낸셜뉴스       2026.03.19 18:23   수정 : 2026.03.19 18:22기사원문
정부, 이주비 대출 6억으로 제한
서울시 융자지원 나섰지만 ‘한계’
서울 전월세 매물 3개월새 26%↓
이주 수요 늘었는데 갈 곳 없어
재건축 지연·공급부족 악순환 우려

재건축·재개발 사업 단계 중 '이주 개시'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철거를 준비하는 핵심 절차다. 정비사업이 8부 능선 넘어 실제 실행에 들어가는 단계로 시장의 기대감도 극대화 되는 시기다. 하지만 대규모 이주 수요를 채워줄 전·월세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주비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량진·한남 등 이주 지연 우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사업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는 현상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전세 및 월세 절벽으로 이주에 차질을 빚게 되면 기존 건물 철거일정에도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낙후 지역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의 경우 이주 지연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구 한남뉴타운과 같은 오래된 주거지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워낙 낮은 가격에 10년 이상 거주 중이다 보니, 보증금을 돌려 받아도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집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남동의 한 재개발 사업장 관계자도 "통상 이주 개시 후 이주율 60~70%에 도달하기까지는 순조롭지만 그 이후로는 이사하겠다는 사람이 '제로(0)'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합이 개별적으로 설득에 나서지만 전세 매물이 없으니 물리적으로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노량진뉴타운의 경우 고시촌과 다세대주택 등 원룸이 대거 모여 있기 때문에 이주 가구수가 타 사업장 대비 월등히 많다. 때문에 1인 가구 중심의 원룸 수요를 어느 지역이 뒷받침 해줄 수 있느냐도 사업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현재 서울의 전월세 매물은 3만2982건으로 3개월 전(4만4666건)보다 26.2%, 1년 전(4만7571건)보다 30.7% 줄어든 상태다. 전월세 급감 현상은 정부가 다주택자를 비롯한 주택 소유주들에게 매물 출회 및 실거주를 유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주비 대출 10억은 예상했는데…"

여의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대교(576가구), 한양(588가구)이 잇달아 이주를 개시하는 가운데 시범(1584가구)과 삼부(866가구)까지 이주할 경우 전월세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 현재 여의도동의 전월세 매물은 196건으로 3개월 전(258건)보다 24.1% 줄었다.

강남에서는 신반포16차와 신반포27차가 이주를 진행 중인 가운데 신반포12차도 내달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수요가 가중되고 있다. 이들 단지가 속한 잠원동 전월세 매물은 3개월 전 2214건에서 1578건으로 28.8% 줄었다.

당초 여의도와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당 10억원 이상의 이주비 대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6·27 부동산 정책을 통해 이주비 대출에도 6억 한도가 적용됐다.
이에 이주 과정에 고초를 겪는 사업장은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융자 5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하고 정부에 규제 조정을 지속 건의하고 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주비 대출 규제는 물론, 전월세 매물 감소에 따른 이주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정비사업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제 때 공급을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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