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별 "결혼자금 털어 만든 발레 '갓', 이젠 결혼시켜줄 효자 됐죠"
뉴시스
2026.03.22 09:01
수정 : 2026.03.22 09:01기사원문
"결혼과 바꾼 갓"…사비 털어 넣은 투자가 만든 흥행 외국인 반응 보며 영감…'갓 쓴 발레리노' 탄생 태국·프랑스 등 해외 무대로…"대중화 선례 남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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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29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창작발레 '갓' 공연 준비로 한창인 윤별 윤별발레컴퍼니 대표(예술감독)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연습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22년 창단한 신생 민간 발레단 윤별발레컴퍼니는 창작 발레 '갓'을 2024년 초연했다. 이후 '케데헌'의 사자 보이즈 실사판으로 불리며 SNS(소셜미디어)에서도 화제가 된 이 작품은 2024년 초연과 2025년 전국투어 연속 전석 매진을 기록한데 이어, 이달 말 마포아트센터 공연까지 흥행 돌풍을 이어가며 민간 발레단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간에 일궈낸 흥행 이면에는 억대에 가까운 개인 사비를 털어 넣은 윤 대표의 과감한 '베팅'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착안한 박소연 안무가의 독창적인 기획력이 자리 잡고 있다.
◆"결혼과 바꾼 갓"…사비 털어 넣은 투자가 만든 흥행
첫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윤 대표는 2024년 '갓' 초연을 준비하며 정부의 '청년도약지원사업' 창작지원금을 받았지만 충분치 않아 필요한 제작비를 모두 자신의 사비로 충당했다.
소품 투입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공연에 흑립(검은 갓), 주립(붉은 갓), 정자관, 삿갓 등 다양한 갓들이 나온다. 국내에 갓을 만드는 장인이 4명밖에 남지 않아 수작업으로 만든 갓은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이에 무대에 오르는 갓은 기계 공정으로 제작된 제품을 사용하지만, 이 역시 개당 단가가 28만 원에 달한다. 한 작품당 주역부터 군무까지 약 50개의 갓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소품에만 상당한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제작에 1억 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투입됐지만, 윤 대표는 "돈을 아끼겠다고 영상이나 마케팅에 소홀했다면 지금의 효과가 났을까 싶다"며 "무용수들에게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이 투자는 적중했다. '갓'은 초연 이후 무서운 입소문을 타며 티켓 파워를 입증했고, 발레단에 확실한 수익 창출 기반을 안겨줬다.
윤 대표는 "지금은 단원들과 다시 '결혼을 시켜줄 갓'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갓'의 흥행은 발레단의 열악한 인프라도 바꿨다. 윤 대표는 "2022년부터 작년까지 3년 정도 머물렀던 서초동 교대 쪽 연습실은 여름이면 물이 엄청 새는 허름한 곳이었다"며 "하지만 공연이 흥행하면서 지금의 깨끗한 스튜디오로 이사 올 수 있었다. 단원들도 여긴 '갓으로 만든 스튜디오'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갓'의 안무를 총괄한 박소연 안무가는 2019~2020년 독일 체류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본 외국인들의 반응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양한 형태의 '갓'이 서양인들에게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주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컨템포러리 발레의 오브제(상징물)로 접목하기로 구상했다.
박 안무가는 "독일에서 현지인들이 '킹덤'을 보고 '모자가 나올 때마다 모양이 바뀐다' '이 사람들은 왜 이런 모자를 쓰지?' 등등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해외 아마존 사이트 같은 데에서 갓이 비싸게 팔리고 심지어 재고가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외국인한테는 새로운 시각으로 '멋있다' 볼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저는 컨템포러리 발레나 창작 발레에 신선하거나 시각적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을 찾아보는데, 우리나라 옛날 것을 발레 오브제로 접목시키면 새롭게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에 돌아가 안무하면 갓 쓴 발레 무용수가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 처음으로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박 안무가는 획일적인 동작을 맞추는 군무에서 탈피해,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과 해석을 강조한다. 그는 "똑같이 발맞추고 기계적으로 하는 느낌보다는, 자기만의 색깔과 느낌을 표현하도록 깊이 연구한다"고 말했다.
무대 위 '갓 쓴 발레리노'를 구현하는 것은 철저한 계산과 연구의 결과물이다. 갓의 넓은 챙 때문에 발생하는 움직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팔을 옆으로 쓰는 동작을 고안했고, 역동적인 춤으로 갓이 벗겨지지 않도록 방충망 소재를 덧대어 수많은 실핀으로 고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태국·프랑스 등 해외 무대로…"대중화 선례 남길 것"
'갓'의 무대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하고 있다. 윤별발레컴퍼니는 오는 5월 태국과 베트남을 시작으로, 9월 홍콩,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현지 문화원 초청 및 정부 지원 형태의 해외 투어 공연"이라며 "서양의 고전 발레인 '백조의 호수' 대신 한국적 소재인 '갓'을 들고나가는 전략이 해외 무대에서 훨씬 강력한 차별성과 무기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흥행과 비평의 경계에서 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용의 '대중화'다.
윤 대표는 "성악이나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의 단계에 진입했듯, 발레나 무용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서 데리고 올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창작 발레 '갓'은 2월 말 화성을 시작으로 3월 대전·부산·서울, 4월 하남·전주 등 6개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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