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해하던 롯데 팬들에게 변명대신 야구로 보여줬다… 상처 딛고 일어선 거인들의 '눈부신 투혼'
파이낸셜뉴스
2026.03.23 16:54
수정 : 2026.03.23 16:54기사원문
대만 캠프 '도박 파동' 악재 딛고 15년 만의 시범경기 단독 1위 쾌거
나균안 5이닝 2실점 역투·신윤후 쐐기포… 흔들림 없는 투타 조화
'봄데' 조롱 비웃듯 5연승 질주, 승률 0.889의 압도적 레이스
변명 대신 실력으로 증명한 거인들, 사직의 진짜 봄은 이미 시작됐다
[파이낸셜뉴스] 지난 2월,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날아온 비보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터진 일부 야수들의 도박장 출입 파동은 팀 전체의 사기를 꺾고도 남을 치명적인 악재였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 '올해 롯데는 일찌감치 끝났다'는 냉혹한 평가가 줄을 이었다.
팬들의 가슴에는 또 한 번 시퍼런 멍이 들었다.
롯데는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선발 나균안의 호투와 응집력 있는 타선을 앞세워 SSG 랜더스를 5-2로 제압했다.
이로써 8승 2무 1패, 승률 0.889를 기록한 롯데는 2위 두산 베어스(7승 1무 3패)를 1.5게임 차로 따돌리며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시범경기 1위를 확정 지었다. 롯데가 시범경기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22년(LG, KIA와 공동 1위) 이후 4년 만이며, '단독 1위' 타이틀은 2011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일궈낸 사건이다. 비록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가장 어두웠던 터널을 지나 가장 높은 곳에 일단 깃발을 꽂고 시즌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날 경기는 투타의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간 한 판이었다. 선발 중책을 맡은 나균안은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삼진 4개를 솎아내는 노련한 피칭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롯데 마운드의 뚝심을 보여줬다.
타선 역시 집중력을 발휘했다. 1회초 2사 만루라는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베테랑 김민성이 2타점 적시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단숨에 기선을 제압했다. 3-2로 턱밑까지 쫓긴 6회에는 박승욱이 천금 같은 3루타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고, 7회초에는 신윤후가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쐐기 솔로 아치를 그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특정 스타 플레이어 한 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원팀'으로 뭉쳐 만들어낸 귀중한 승리였다.
야구계에는 롯데가 봄에 유달리 강하다는 뼈아픈 시선도 존재한다. 시범경기 성적은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 롯데가 보여주는 야구는 분명 결이 다르다. 동료들의 일탈로 인해 팀 전체가 매도당하는 억울함 속에서도, 그들은 고개를 숙이는 대신 그라운드 위에서 실력으로 증명하는 길을 택했다. 시범경기 5연승을 질주하며 보여준 끈적한 야구와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단단한 정신력은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진짜'의 힘을 내포하고 있다.
팬들의 상처 난 마음을 달래는 데는 백 마디의 사과문보다 그라운드 위에서 뿜어내는 투혼이 훨씬 더 강력하다. 아직 정규시즌의 출발선에 서기 전이지만, 상처를 딛고 일어선 거인들의 올봄은 그 어느 해보다 뜨겁고 묵직하다. 팬들이 진정 원했던 야구가 지금 사직벌을 수놓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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