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할부 가능해요?"… 女속옷 훔친 도둑 '집행유예' 선고에 피해자 '분통'
파이낸셜뉴스
2026.03.25 05:20
수정 : 2026.03.25 05: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침입해 여성 속옷을 훔친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 2명이 거주하는 집에 침입해 속옷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루에만 세 차례 드나들었으며, 피해자 A씨가 귀가하기 불과 3분 전까지 집 안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피고인 측 변호사 사무실에서 합의를 요청해 왔다고 한다. A씨는 "합의를 거절하자 금액이 적어서 그런 것이냐며 원하는 금액을 물었고, 현재 500만 원밖에 없는데 할부가 가능하냐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주거침입·주거수색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집에 없던 상황에서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을 기다렸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판사님이 '집에 사람이 없어서 직접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에 고의로 불안감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그 말이 '차라리 마주쳐서 안 좋은 일을 당했어야 벌을 정당하게 내릴 수 있다는 건가'로 들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각 250만 원씩 공탁금을 납부한 점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했다. 알코올 의존증과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동료 진술, 중한 전과가 없다는 점, 우울장애가 있다는 점도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은 별도의 사과 없이 반성문만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에도 피고인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동일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피해자들은 살던 집에서 나와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취업을 준비 중이다.
피해자들은 "합의를 하지 않았는데 반성문만 믿고 어떻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느냐. 법이 왜 나를 대신해서 용서해 주느냐"며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트라우마를 치료하려면 가해자에 대한 정확한 처벌이 있어야 피해자들이 그나마 위안을 얻고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며 "피해자를 제대로 지켜준다고 얘기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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