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물 속 생명 존재 원리 '임계점' 세계 첫 관측
파이낸셜뉴스
2026.03.27 03:00
수정 : 2026.03.27 03:00기사원문
포항공대 김경환 교수 연구팀 성과, 사이언스誌 논문 게재
[파이낸셜뉴스] 한겨울에도 물에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리가 실험을 통해 세계 처음으로 관측됐다. 향후 물을 활용한 산업이나 연구 현장의 정확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다.
‘액체-액체 임계점’은 물이 무거운 고밀도 물과 가벼운 저밀도 물이라는 두 종류의 액체상으로 공존하며, 특정 온도(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구분이 사라져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물이 된다는 가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물은 겨울에도 강이나 호수의 표면만 얼고 아래쪽에는 액체 상태로 남아 그 속에서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 일반적인 액체는 얼기 직전까지 온도가 낮아질수록 무거워지지만, 물은 4℃에서 가장 무거워졌다가 그보다 차가워지면 오히려 가벼워지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물이 다른 액체와 다르게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지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 중 하나로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액체-액체 임계점’이 영하 60℃ 부근에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실험이다. 영하 70℃에서도 얼지 않은 물을 만들기 위해 태양보다 수십억 배 밝은 빛을 내며 10조분의 1초 단위로 분자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X선 자유전자레이저(PAL-XFEL)’를 활용해 얻은 결과다.
김 교수는 "그동안 컴퓨터를 통한 가상 환경에서 측정했던 임계점을 실제 실험을 통해 관측한 유일한 연구로, 보다 정확한 물의 특성을 이해하게 됐다"며 "과거 경험적 이해에서 근본적인 이해를 하게 된 이번 연구를 통해 산업이나 연구 현장에서 물을 활용할 때 더 정확도를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앞서 2017년 영하 45℃까지 얼지 않은 물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으며, 2020년에는 영하 70℃까지 관측 범위를 넓혀 사이언스지에 두 차례 성과를 게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구팀의 10년에 걸친 끈질긴 연구로 얻어졌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 및 선도연구센터)’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수행했으며,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27일(현지시간 26일) 게재됐다.
김 교수는 “물의 특별한 성질과 ‘액체-액체 임계점’을 둘러싼 오랜 세월 동안의 학계 논쟁이 마침내 매듭지어지게 됐다"며, “이번 발견은 생명 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 현상에서 물이 갖는 필수적인 역할을 규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앞으로 연구 정확도를 더 높이면서 물의 생명 현상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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