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화재경보기 오작동… 대형참사 부른다
파이낸셜뉴스
2026.03.26 18:38
수정 : 2026.03.26 18:37기사원문
실제로 불 났는지 잘못 울렸는지
헷갈리는 상황, 안전 불감증 키워
작년 하루 322회 소방력 낭비도
"교체 권고 대신 의무화 법령 필요"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당시 평소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잦아 직원 대피가 늦어졌을 수 있다는 증언이 나오며 경보기 오작동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잦은 오작동은 안전 불감증을 키우고 소방력을 낭비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인한 소방 출동 건수는 지난 △2021년 8만5449건에서 △2022년 9만5106건 △2023년 11만5949건 △2024년 12만4694건 △2025년 11만7851건으로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작년 기준 실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곳에 하루 평균 322회 소방차가 출동한 셈이다.
지난 20일 대전 안전공업 공장 화재 참사로 14명이 사망하는 등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경보기 오작동에 대한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해당 공장은 평소에도 기름기를 머금은 유증기와 미세입자 등으로 인해 화재경보기가 자주 잘못 작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경보기가 울렸다가 몇 초 뒤 바로 꺼지자 직원들이 실제 화재 상황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을 비롯해 평소와 같은 경보기 오작동으로 오해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경보 중단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오작동 문제로 인한 소방 인력의 고충도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이 나지 않았음에도 오작동 신호를 듣고 시민들이 잘못 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센서로 화재 발생 사실을 감지해 소방서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되게 하는 장비인 '자동화재 속보설비'가 설치된 경우에도 오인 출동으로 인한 소방력 낭비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한 문제가 반복되며 경보기를 임의로 정지시키거나 화재 전 꺼두어 인명피해를 키운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4년 8월 투숙객 7명이 사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당시 호텔 매니저가 화재경보기를 임의로 정지시킨 점이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지난 2024년 1월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경북 문경 공장 화재'도 공장 관계자가 화재 발생 이틀 전 화재경보기를 강제로 꺼놓아 초기 대응이 늦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할 경우 교체를 강제하는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법상 화재경보기 설치 기준은 있지만 관리 규정은 따로 없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지금으로선 고장 난 화재경보기를 교체하도록 권고만 할 수 있다"면서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면 의무적으로 교체하도록 근거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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