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225억인데… 다르빗슈, 스스로 돈다발 걷어찬 사연
파이낸셜뉴스
2026.03.26 20:34
수정 : 2026.03.26 20:34기사원문
부상자 명단 혜택 걷어찬 에이스… '225억' 허공에 날리다
"내 연봉으로 투수 사라"… 위기의 샌디에이고 구한 '낭만'
은퇴 수순? NO! 돈보다 명예 택한 13년 차 베테랑의 배수진
통산 115승 대투수의 미친 품격… "다시 공 던지면 백지에서 경쟁"
[파이낸셜뉴스] 프로의 세계에서 돈은 곧 선수의 가치다. 하물며 그 무대가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메이저리그(MLB)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1달러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피 튀기는 에이전트들의 전쟁이 벌어지는 이 차가운 그라운드에서,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의 1년 치 연봉 1500만 달러(약 225억 원)를 자진해서 포기한 사나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영원한 에이스' 다르빗슈 유(39)가 그 주인공이다.
통상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장기 부상자는 '60일 부상자 명단(IL)'에 등재된다. 경기에 뛰지 못해도 구단으로부터 약속된 연봉을 100% 보전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스스로 이 권리를 걷어찼다. 제한 선수 신분이 되면 메이저리그 서비스 타임 인정은 물론, 단 한 푼의 급여도 받을 수 없다.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들어올 22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샌디에이고 구단에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다르빗슈가 이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단 하나, 소속팀 샌디에이고를 향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다.
현재 샌디에이고 마운드는 비상사태다. 또 다른 핵심 선발 조 머스그로브마저 팔꿈치 수술로 이탈하며 선발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구단 입장에서는 대체 선발을 급하게 구해야 하지만, 사치세의 압박으로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르빗슈는 이 딜레마를 자신의 희생으로 끊어냈다. 그가 올해 연봉을 수령하지 않으면서 샌디에이고는 즉시 활용할 수 있는 1500만 달러의 여유 자금을 확보했다. 에이스가 자신의 피 같은 돈으로 팀이 새로운 투수를 영입할 수 있는 '실탄'을 마련해 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은퇴 수순이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다르빗슈의 숭고한 '배수진'에 가깝다.
이미 메이저리그 연금 수급 최고 요건인 10년을 훌쩍 뛰어넘어 13년 146일의 서비스 타임을 채운 그에게, 당장의 돈 몇 푼은 야구를 향한 자존심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재는 팔꿈치 재활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면 백지상태에서 경쟁할 것이고, 그럴 수 없다면 그때 은퇴를 발표하겠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13시즌 통산 297경기 등판, 115승 93패, 2,075탈삼진, 평균자책점 3.65. 아시아를 넘어 메이저리그 역사를 써 내려간 대투수는 이제 마운드가 아닌 밖에서도 완벽한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225억 원이라는 거액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낭만. 2026년 봄, 다르빗슈 유가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던진 가장 묵직하고 아름다운 직구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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