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랑 경비 월급 합치면 340만원...지하철도 공짠데 일들 다녀, 아내가 좋아해"

파이낸셜뉴스       2026.04.18 08:30   수정 : 2026.04.18 13:47기사원문
노인 모든 복지혜택 시작되는 65세, 인생의 '또다른 성적표'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늙어서도 일한다"는 시각 달라져야





[파이낸셜뉴스] 60세는 더 이상 마침표가 아니다. 기대 수명이 90세를 향해 달려가면서 60세는 인생의 3분의 2 지점에 불과하다. 정년 퇴임 후 새로운 명함을 파고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60세는 은퇴가 아닌 ‘전환’의 나이다.

그 자리를 대신해 우리 삶의 가장 뚜렷한 경계선으로 떠오른 숫자가 있다. 65세다.노후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한 결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노고에 대한 '공식적 보상'이 시작되는 날이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실체가 드러나는 '준엄한 성적표'가 배달되는 날이기도 하다.

매달 25일의 설렘, '국가판 월급'이 시작되다


65세가 되는 아침 가장 먼저 체감하는 변화는 경제적 안전망의 확대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정호 씨(1961년생·65·가명)는 25일이 되면 괜히 기분이 좋다.

30년 가까이 중견 제조업체에서 영업직으로 일했던 그는 퇴직 후 한동안 막막했다.

"월급이 끊기고 나서 처음 몇 달은 통장 잔고만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그게 생각보다 훨씬 무서웠다"고 말했다.

1961년생인 그는 63세가 되던 해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고 올해 65세가 되면서 기초연금까지 더해졌다. 두 연금을 합쳐 매달 들어오는 돈은 100만원을 넘겼다.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김 씨는 '숨을 쉴 수 있는 순간'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친구들에게 가끔 술 한 잔 살 수 있는 체면, 명절에 찾아온 손주에게 빳빳한 신사임당 한 장을 건넬 수 있는 조부모로서의 품격은 바로 이 25일의 자신감에서 나온다.

'사회적 이동권'의 보장, 삶의 반경이 넓어진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온양온천역으로 향한다. 온천욕을 즐기고 저렴한 시장 국밥 한 그릇을 먹은 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해 질 녘 귀가한다.' 과거 화제가 됐던 ‘지하철 실버 투어’ 일과다.

65세는 또 ‘사회적 격리’를 막기 위해 국가적 장치들이 작동하는 나이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수도권 지하철 무임승차다. 교통비를 아껴주는 경제적인 혜택은 물론 은퇴자가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이동권의 보장’이다.

송파구에 사는 김대성 씨(67·가명)는 "교통비가 들지 않으니 일단 집 밖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은퇴 직후에는 딱히 갈 곳도 없고 돈 쓰는 것도 눈치가 보여 방 안에만 있었다는 그는 지하철 무임 이후 무료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멀리 떨어진 친구를 만나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다고 했다.

동작구에 사는 박남호 씨(65·가명)는 아직도 일을 한다. 은퇴하자마자 공장 경비 일을 시작했다. 박씨는 "25일엔 월급이 두 개다. 국민연금에 월급까지 합치면 340만원이 조금 못 된다"며 "출퇴근 할 때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무료라서 부담이 없다. 몸 건강하면 다닐 때까지 다니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또래들과 달리 일을 하는 남편을 아내가 무척 좋아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여기에 촘촘한 문화 혜택이 더해진다.

경복궁, 창덕궁 등 4대 궁과 종묘, 국립현대미술관 상설 전시는 만 65세가 되는 해 생일이 지난 뒤부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신분증을 제시하면 별도의 신청 없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된다.

영화 할인도 같은 기준이다.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은 만 65세 이상 관람객에게 경로 할인을 적용해 일반 요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할인 여부와 금액은 극장별로 차이가 있어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

KTX와 SRT는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평일에 한해 최대 30% 할인이 적용된다. 주말과 공휴일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무궁화호는 요일과 관계없이 약 30% 수준의 경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금액적인 혜택도 크지만 은퇴자의 심리적 위축을 방지하고 활동적인 노년을 독려하는 사회적 장치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

가족의 짐에서 사회의 영역으로, '의료와 돌봄'의 전환


65세 이후에는 건강을 관리하는 주체도 바뀐다.

국가건강검진 항목이 노인성 질환 중심으로 확대되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 관리 지원이 강화된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본격적인 가동이다.

과거 부모의 노쇠와 간병은 '효도'라는 이름으로 가족이 책임을 졌다. 그러나 이 나이부터는 국가가 개입한다.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국가가 등급을 판정하고 방문 요양이나 시설 입소를 지원한다.

치매안심센터의 조기 검진 서비스와 치매 치료 관리비 지원은 65세 이상의 인지 건강을 국가가 함께 관리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특히 정부는 최근 발표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에서 예방과 조기검진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돌봄을 강화하며 공공후견과 재산관리 지원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실의 벽: '적정 생활비'와 연금의 간극


여기까지는 65세의 밝은 면이다. 연금과 혜택은 큰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반대로 본인이 제대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이 이상의 경제적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KB금융지주가 내놓은 2025년 부부 기준 노후 최소 생활비는 248만원, 적정 생활비는 350만원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 내놓은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은퇴 후 부부의 적정 생활비를 월 336만원이다.

어느 기준을 적용하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산한 월 100만원 남짓의 기본 소득으로는 넘기 어려운 간극이다.



더 무서운 변수는 의료비다.

2024년 건강보험 통계연보(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는 52조1935억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약 45%에 달한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50만8000원, 전체 국민 평균(226만원)의 2.4배 수준이다.

국가가 건강검진과 장기요양보험으로 보조를 해준다. 그러나 비급여 항목과 간병비는 여전히 개인 또는 가족의 짐이다.

끝나지 않는 노동, '커리어'가 아닌 '생존'의 트랙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2025년 5월을 기준으로 55~7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9%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55~64세의 경제활동 비율은 71%를 넘었고 65~79세의 47.2%가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4.4%)이 되기 위해서다. 이어 일하는 즐거움(36.10%)가 뒤를 이었고 사회가 필요로 함(3.10%) 등의 순이었다.

물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외로움을 줄일 수 있고 시간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노무 종사자 비중은 22.6%로 가장 높고 관리자(2.1%)와 사무 종사자(8.3%) 비중은 낮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평생 쌓아온 전문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경비, 청소, 단순 노무, 혹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형 일자리 위주로 선택지가 좁혀지는 것이다.

65세는 '보상'이면서 '확인'이다


65세는 연금이 시작되고 혜택이 늘어나고 국가가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다.그동안 살아온 것에 대해 사회가, 국가가 내미는 보상이다.

그러나 65세의 삶은 두 갈래로 나뉜다.

과거의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현실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가가 주는 혜택은 모든 65세에게 평등하게 도착하지만, 그 혜택을 ‘기본 소득’으로 삼아 품격을 유지할지, 아니면 ‘유일한 생존 줄’로 잡고 버틸지는 개인의 준비에 달렸다.

40대부터 3층 연금(국민·퇴직·개인)을 차곡차곡 쌓아온 이들에게 65세는 혜택이 더해져 ‘여유’가 완성되는 시점이지만, 준비가 미흡했던 이들에게는 연금과 적정 생활비 사이의 잔인한 간극을 확인하게 된다.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이 말은 65세의 경제적 자립 여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40세의 얼굴이 그 사람의 살아온 과정을 보여준다면 65세의 일상은 지난 30년간 준비해온 노후 대비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준비된 자에게 노년은 '선물'이지만 대비하지 않은 65세에게 노년은 '힘든 시기'의 연속일 뿐이다. 당당함은 구호가 아니라 준비된 통장에서 나온다.

놓치면 손해, 연령별 맞춤 혜택 핵심 정리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복지 중, 60세와 65세 전환기에 반드시 챙겨야 할 주요 혜택이다.

■만 60세

주택연금 가입: 내 집을 담보로 평생 연금 수령. 부부 중 한 명만 60세 이상이면 가능.

중장년 내일 센터: 고용노동부의 생애 설계 상담 및 재취업 훈련 지원.

치매 선별 검사: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무료 조기 검진 및 예방 프로그램.

절세 전략: 연금 수령을 70세, 80세 이후로 늦출수록 연금소득세율 우대(5.5%→3.3%).

■만 65세

기초연금 신청: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함(가만히 있으면 주지 않음). 소득 하위 70% 대상, 월 최대 약 35만원 수급.

의료 혜택: 임플란트(평생 2개) 본인부담 30%, 틀니 7년마다 1회 지원.

생활 감면: 통신비 월 최대 1만2100원 감면, 지하철 무임승차 등.

무료 예방접종: 폐렴구균(평생 1회), 독감(매년) 무료 접종.

어르신 일자리 사업: 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를 통한 수당 및 사회적 소속감 확보.
'은퇴=퇴장'이라는 낡은 공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 83세 시대, X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면서 기존의 은퇴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담은 [은퇴자 X의 설계]가 매주 토요일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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