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도 못 웃는 정유업계..."비용 상승에 실적 불투명"
파이낸셜뉴스
2026.03.29 09:15
수정 : 2026.03.29 09: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는 1·4분기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국내 정유업계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며 회계상 영업이익은 커졌지만 운임비 상승과 정제마진 감소 등의 악재가 뒤따라서다. 오히려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 규모에 따라 2·4분기로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는 올해 1·4분기 실적 마감을 지켜보고 있다.
반면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폭등에 정제마진 변동성이 확대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제마진은 원료비와 수송·운영비를 제외하고 남는 이익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이달 정제마진은 다음 주 후반께 집계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시작된 후 3월 정제마진은 매일이 롤러코스터급이었다"며 "실적 결산을 위한 정제마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재고 평가 이익 상승으로 정유업계 1·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각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원유 물량의 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효과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숫자로 표현되는 회계상의 실적일 뿐 실제로 벌어들인 영업이익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운송비 상승, 수송 지연 등 원가 부담은커졌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은 정부의 최고가격제로 인상이 제한되면서 정제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고가격제로 인한 손실이 1·4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점도 실적 악화 요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인한 손실 보전 방식이나 규모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1·4분기에 당장 떠안아야 하는 액수가 크다"고 말했다.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는 고환율 효과를 겨냥해 석유 제품 수출량을 늘려야 하지만 정부의 수출 물량 제한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정유사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더 많은 석유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통상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이를 정제한 후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수출해 왔다. 정부가 나프타에 이어 더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제한을 검토함에 따라 정유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악화와 수출 제한, 최고가격제 시행 등으로 말 그대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대폭 꺾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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