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부터는 코르티솔도 과로한다
파이낸셜뉴스
2026.04.04 07:00
수정 : 2026.04.04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회적으로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이지만 육체적으로는 생물학적 노화를 실감하고 비만,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 등의 성인병이 시작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노후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스릴 수 없는 변화지만 결국 ‘잘 나이 드는 지혜’가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호르몬으로는 코르티솔, 갑상선호르몬, 인슐린, 그렐린, 렙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코르티솔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에 잘 대처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스트레스 상황이란 위험 혹은 도전의 상황을 뜻한다. 위험이라면 빨리 도망가야 하고 도전이라면 용기 있게 맞서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투쟁 혹은 도피 상황’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투쟁 혹은 도피 상황이 발생하면 마음에 불안과 두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는 몸에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흐려져서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시상하부는 이 상황을 빠르게 인지해서 재빨리 몸을 변화시킨다. 싸우거나 도망칠 수 있도록 온몸에 에너지를 솟구치게 만든다. 먼저 시상하부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을 분비하여 뇌하수체로 보낸다. 그러면 뇌하수체 전엽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분비된다. 이것이 혈액을 타고 부신에 이르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순식간에 동공을 확장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을 마구 뛰게 하여 팔다리로 혈액을 보낸다. 탄수화물을 빠르게 대사시켜 포도당을 뇌로 올려 보낸다. 덕분에 몸에 힘이 솟구치고 정신이 번쩍 나서 우리는 스트레스에 대항할 힘을 얻는다.
더불어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도 분비된다. 에피네프린 역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에 의해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도 코르티솔과 똑같이 즉각적으로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켜 팔다리로 혈액을 보낸다. 이 두 호르몬 덕분에 투쟁 혹은 도피 상황에서 인간은 괴력을 발휘한다. 숲에서 곰을 만났을 때 엄청난 속도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코 운이 아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응급 상황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비장의 무기와 같다. 코르티솔은 우리가 스트레스에 잘 대항하게 해주는 고마운 호르몬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결국 몸에 염증이 생긴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왜냐하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동안에는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최우선이라서 면역체계가 일시적으로 억제되기 때문이다.
즉, 평소에는 몸에 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림프구가 재빨리 인식하고 항체를 내보내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에 코르티솔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부신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염증을 대신 처리한다. 코르티솔이 스트레스에 대항하면서 동시에 항염증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에 발표된 여러 연구를 보면 스테로이드는 그 자체로 면역 시스템에 관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테로이드가 정상적인 림프구의 증식을 억제하면서 염증유발성 사이토카인(면역조절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하고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강화한다. 이렇게 스스로 항염 효과를 내지만 동시에 면역 시스템 자체에 염증을 일으켜 면역 기능을 악화시키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한 동물연구에 의하면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쥐는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를 겪은 후 항염증 인자가 줄어들고 프로스타글란딘 E2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프로스타글란딘 E2는 T세포의 신호와 분화를 억눌러 염증을 촉진하는 신호분자다.
결국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코르티솔 분비가 높아지고 이것이 면역 시스템을 악화시켜 염증에 취약한 상태를 낳게 된다. 한동안은 스트레스와 싸워주는 코르티솔이 염증까지 해결해줘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분비될수록 면역 시스템이 나빠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몸 곳곳에 염증이 발생하여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심장과 혈관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소화기계, 신경계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무서운 부작용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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