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위안' 판 깔아준 이란…'페트로 달러' 본격 위협
파이낸셜뉴스
2026.03.29 18:52
수정 : 2026.03.29 19:20기사원문
이란 "위안화 결제 선박만 호르무즈 통과"
반세기 '페트로 달러' 체제 흔들기 시작
中 위안화 기축통화 행보에 날개 달아줘
결제통화 단계 넘어 지역통화 진입 노려
안정적 가치 유지·국제적 신뢰 확보 관건
이러한 변화는 약 20년 동안 위안을 '기축통화'로 키우려던 중국의 숙원이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는 증거일 수 있다.
■中 위안, 아직 '결제통화' 수준
아울러 2015년 인민은행은 미국·달러 중심의 스위프트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 결제망인 '위안국제결제시스템(CIPS)'을 창설했다. 해당 체계는 2022년 이후 서방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적극 활용하면서 일일 거래량이 약 2배 늘었다.
그러나 위안이 세계적인 기축통화가 되려면 결제통화, 지역통화 단계를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제적인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고 가운데 위안 비율은 2.12%에 불과했다. 이는 2020년 말(2.3%)보다 오히려 줄어든 숫자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2월 보도에서 위안이 기축통화가 되기 어려운 이유가 3가지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로 위안 자산의 투명성과 유동성을 믿을 수 없고 △중국의 만성적인 무역 흑자로 해외에 유통되는 위안 자체가 부족하며 △최근 안전자산 시장에서 금을 비롯한 다른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위안의 점유율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전쟁으로 '페트로위안' 급부상
중국은 우선 위안의 결제통화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개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위안 국제화를 가속화한다"며 "자본계정의 개방 수준을 높이고, 자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제결제 지불 체제를 건설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도이체방크의 말리카 사크데바 전략가는 24일 보고서에서 "이란전쟁이 '페트로달러' 지배력 약화의 촉매제가 되고, '페트로위안'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는 과거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달러의 위상은 미국이 1971년에 금본위제도를 포기하면서 국제적으로 흔들렸다. 이에 미국은 1974년에 석유 수출 대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정을 맺고 사우디가 석유 수출 시 오직 달러만 받으면 미국이 사우디의 방위를 책임지기로 했다. 이후 주변 산유국들도 사우디처럼 달러로 석유를 거래했고, 이러한 금융체제는 페트로달러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
그러나 사우디는 2024년에 50년 동안 연장했던 페트로달러 협정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앞으로 석유 거래에서 위안과 유로, 일본 엔 등 다른 통화를 쓸 수 있다고 알렸다.
중국은 이미 2018년 상하이선물거래소 개장과 함께 석유를 위안으로 거래하는 체계를 마련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주요 석유 기업들은 중국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 자리 잡으면서 중국의 눈치를 보게 됐다. 지난 2020년 7월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중국에서 위안을 받고 원유 300만배럴을 팔았다. 이는 세계 7대 석유 메이저 기업 중 위안을 사용한 첫 원유 거래였다.
■中, 금융 안정성 키우고 '디지털위안' 띄워
중국은 현재 결제통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학술지 '추스'는 지난 1월 31일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공개 연설을 공개했다. 해당 연설은 그가 2024년 지방 고위 관료들에게 했던 연설 중 일부였다. 시진핑은 "중국이 강력한 통화를 구축해 국제 무역과 투자, 외환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력한 중앙은행과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금융기관,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국제금융센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10일 금융법과 금융안정법을 제정, 중국 금융 체계 전반의 안전성을 개선한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중국은 '디지털위안'을 보급해 국제 통화 시장에 더 많은 위안을 공급할 계획이다. 'e-CNY'로 불리는 디지털위안은 인민은행이 2020년부터 발행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다. CBDC는 비트코인 같은 민간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자산이지만 중앙은행이 발행·관리하고, 현금과 같은 가치가 보장되는 법정화폐다. 2024년 7월 기준으로 이미 1억8000만개의 e-CNY 개인 지갑이 개설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 숫자가 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22년에 홍콩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태국의 중앙은행들과 함께 '프로젝트 엠브리지(mBridge)' 사업을 진행하고 국가 간 CBDC 결제 플랫폼을 시범 운영했다. 2024년에는 사우디 중앙은행이 동참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다국적 거래 금액은 누적 기준 약 555억달러(약 83조원)로 2022년 대비 2500배 늘었고, 거래 대금 가운데 약 95%는 e-CNY로 결제되었다. 미국 싱크탱크 아틀랜틱카운슬은 엠브리지 사업을 두고 "달러 중심의 기존 국제결제 시스템 밖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결제 경로가 점차 현실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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