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못 친 게 아니다, 롯데 외인 듀오가 미친 것이다... 판도 뒤흔든 로드리게스·비슬리
파이낸셜뉴스
2026.03.30 09:00
수정 : 2026.03.30 09:00기사원문
타격 부진? 천만에… 사자 군단 숨통 끊은 156km의 압도적 '구위'
구자욱도 고개 저은 악마의 스위퍼, 프런트의 호언장담은 '팩트'였다
제2의 '폰세·와이스' 탄생 예감… 사직벌 가을 야구,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개막 2연전, 우승 후보로 꼽히던 삼성 라이온즈의 안방 대구벌은 충격적인 침묵에 휩싸였다.
KBO리그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삼성의 막강한 타선이 이틀 내내 속수무책으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진실은 전혀 달랐다. 삼성이 못 친 것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새롭게 장착한 외국인 원투펀치가, 리그 최고 타자들조차 배트를 낼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압도적이고 강력했을 뿐이다.
롯데 관계자들은 이미 비시즌부터 이 두 명의 새 얼굴을 향해 남다른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만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투구를 직접 지켜본 구단 관계자는 "단순히 구속만 빠른 것이 아니다. 공의 무게감, 이른바 구위의 묵직함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호언장담은 헛수고가 아니었다.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은 엘빈 로드리게스는 대만 캠프 당시 일본프로야구(NPB)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평가전에서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를 이끌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정규시즌 첫 무대인 28일 개막전, 로드리게스는 최고 시속 156km의 묵직한 강속구와 컷패스트볼, 스위퍼를 자유자재로 섞어 던지며 삼성 타선을 5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101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첫 등판부터 이닝 소화력과 스태미나까지 증명했다.
로드리게스가 '힘'으로 삼성을 윽박질렀다면, 이튿날 마운드에 오른 제레미 비슬리는 그야말로 '마구'를 던졌다. 비슬리의 공은 포수 미트에 얌전히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시속 155km의 포심 패스트볼이 무자비하게 날아드는 가운데, 투심과 컷패스트볼, 포크볼이 춤을 췄다.
백미는 비슬리가 던지는 변칙적인 궤적이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 구자욱조차 타석에서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빠져나가는 백도어성 변화구에 타이밍을 빼앗기면, 다음 순간에는 몸쪽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스위퍼가 들어왔다. 거기에 155km의 직구가 꽂히니 타자들 입장에서는 도무지 쳐낼 방도가 없었다. 한마디로 '공이 지저분한데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빠르기까지 한' 완벽한 투구였다. 거기에 수비수의 실책으로 실점을 했음에도 전혀 개의치않는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슬리는 5이닝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화답하며 구단의 100만 달러 투자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KBO리그에서 수준급 외국인 원투펀치의 존재감은 팀의 한 시즌 운명을 좌우한다. 객관적 전력이 다소 약하더라도 강력한 '원투펀치'가 중심을 잡아주면 언제든 상위권 도약이 가능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지난 2025시즌의 한화 이글스가 완벽한 사례다.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한화는 코디 폰세(17승)와 라이언 와이스(16승)라는 역대급 쌍두마차를 앞세워 정규시즌 2위는 물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 롯데 마운드에서 바로 그 '폰세와 와이스'의 진한 향기가 풍긴다.
주축 타자들의 이탈과 얇은 뎁스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롯데가 올 시즌 다크호스로 꼽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로드리게스와 비슬리라는 튼튼한 두 기둥이 마운드를 굳건히 지탱한다면, 국내 선발진과 불펜진의 과부하를 막고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거대한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삼성이 못 친 것이 아니다. 롯데의 방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단단해졌다. 허언인 줄 알았던 프런트의 자신감이 대구벌에서 완벽한 현실로 증명됐다. 155km를 훌쩍 넘나드는 무자비한 원투펀치의 장착. 사직구장의 2026년 가을 야구는 결코 뜬구름 잡는 헛된 꿈이 아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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