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대상 항생제 처방, 3건 중 1건은 부적절
파이낸셜뉴스
2026.03.31 09:24
수정 : 2026.03.31 09:24기사원문
31일 질병관리청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에 의뢰해 실시한 국내 소아·청소년 항생제 사용 적정성 및 관리 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처방의 31.7%가 부적절한 것으로 판정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2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항생제 처방 적절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성인에 비해 항생제 사용량이 많고 내성에 취약한 아이들에게서 약물이 오남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지표로 드러났다.
항생제 종류별로는 2세대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부적절 처방률이 가장 높았다. 정맥 주사의 경우 65.8%가, 경구약의 경우 79.5%가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불필요한 처방과 과도하게 넓은 치료 범위를 갖는 약제 선택, 장기 투여가 소아 항생제 오남용의 핵심 고리라고 지적했다.
병원 내 관리 체계 역시 부실한 실정이다. 항생제를 꼭 필요한 때만 알맞게 쓰도록 돕는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 프로그램(ASP)은 국내 의료기관의 84.5%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중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64.8%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성인 중심으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소아·청소년의 생리학적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처방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문 인력도 부족했다. 조사 대상 기관의 65.9%는 소아·청소년 감염 전문의가 단 1명뿐이었으며 전담 약사가 배치된 곳은 4.6%에 그쳤다. 소아 전용 처방 지침이 없거나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현장의 어려움을 키운 것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자율적인 노력만으로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소아청소년과 감염분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식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61.4%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 추진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항생제 관리 활동에 대한 별도의 수가 제정과 인센티브 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아·청소년 항생제 관리의 제도화와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소아 맞춤형 임상 지침을 개발하고 수술적 예방 항생제 관리 대상을 소아까지 확대하는 등 국가 차원의 감시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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