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동남아 상장기업 시총 한달 새 10% 증발

파이낸셜뉴스       2026.03.31 09:51   수정 : 2026.03.31 09:58기사원문
호르무즈 여파 확산…동남아 3500여개 상장사 시총 35조엔 감소
에너지 취약해 다른 국가들보다 충격 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한 달 간 동남아시아 6개국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약 1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소액은 약 35조엔(약 334조원)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길어지면서 석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 비축량이 적은 동남아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1일 퀵·팩트셋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에 상장된 약 3500개사(금융사 제외)를 분석한 결과 지난 26일 기준 이들 시가총액은 총 1조9185억달러로 집계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2월 27일)과 비교하면 10.2%, 2169억달러 감소한 수치다.

국가별 감소액은 인도네시아가 115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태국이 489억달러, 필리핀과 베트남이 각각 160억달러대로 뒤를 이었다.

동남아 주요 주가지수 하락도 두드러졌다. 베트남 VN지수는 지난 26일 기준 이란 공격 이전 대비 13%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종합지수도 13% 떨어졌다. 이는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9% 하락)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6% 하락)보다 큰 수준이다.

이는 에너지 부족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동남아 각국 정부 발표와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이달 하순 기준 석유 비축량(민간 및 석유제품 포함)은 인도네시아가 약 30일분에 불과하다. 필리핀은 약 45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약 50일이며 가장 많은 태국도 103일 수준이다. 200일 이상 비축한 한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적다.

이 때문에 동남아에서는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 비해 중동 정세의 영향이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석유화학과 관광 등 산업에서 타격이 확산되고 있다.

동남아 경제 전문가인 로랜드 베르거의 하시모토 슈헤이는 닛케이에 "동남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원유 부족 충격에 대한 내구성이 낮아 기업과 가계로 영향이 빠르게 전이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필리핀은 지난 24일부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에 들어갔으며 일본과 한국, 중국 등과 지원을 협의 중이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지난 17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앞으로 원유 조달 지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베트남 상공부 차관도 지난 14일 일본에서 경제산업성 간부와 만나 석유 비축 융통 등을 요구했다.

닛케이는 "동남아에 1만 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진출해 있다"며 "현지 기업과 마찬가지로 일부에서는 이미 사업에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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