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 미제 사건으로 기능 마비된 검찰청... 중수청 연착륙 악영향?

파이낸셜뉴스       2026.03.31 15:43   수정 : 2026.03.31 15:42기사원문
지난해 말 기준 미제사건 12만1563건
검사 퇴직·휴직자 역대 최대
6개월 이상 장기 미제, 이상하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오는 10월 폐지를 앞둔 검찰청의 '기능 마비'가 현실화하고 있다. 형사사건 처리 수요는 여전한 반면, 현장을 지키는 검사들의 줄퇴직이 이어지면서 장기 미제사건이 급증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형사사법 체계의 공백은 향후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연착륙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월 3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제사건은 12만1563건에 달한다. 이는 2024년 6만4546건의 약 2배 수준이다. 통상 미제사건은 경찰 송치 후 3개월이 지나도록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한 사건을 뜻한다.

이 같은 '기능 마비'는 형사 처리 수요는 계속해서 유지되는 반면, 검사의 수는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실제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검찰이 접수한 형사사건 피의자는 165만8081명으로 5년 전인 2021년의 154만4471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현장 검사의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1월부터 지난 27일까지 퇴직한 검사는 58명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퇴직한 검사는 총 175명으로 집계돼 최근 5년 새 최다 퇴직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이들 175명 중 핵심 실무 인력인 평검사가 6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직자 규모 역시 역대 최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사 총 132명이 휴직했다. 구체적으로 △육아휴직 109명 △질병 휴직 19명 △가족 돌봄 휴직 2명 △해외 동반 휴직 2명 등이다. 주 의원실 측은 이 같은 휴직자 수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기능 마비를 해소하기 위해 법무부도 경력 검사 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7~8월에 임관하려던 신규 경력 검사들을 오는 5월 현장에 조기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인력 누수는 당장 형사소송 체계의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요즘은 경찰 수사가 들어가면 검찰이 기소했는지 안 했는지를 1년 정도 기다리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고발당한 의뢰인이 피가 말릴 것 같은 고통을 받기에 후배 검사에게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6개월 이상 처리하지 못한 사건의 서류 뭉치를 보여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청을 떠난 평검사 출신 변호사는 "5년 전만 하더라도 3개월 이상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부장검사에게 질책을 당했는데 지금은 '3개월'이란 숫자가 기본"이라며 "수사와 재판 등 형사 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당사자인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고통의 시간인데, 이 고통의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오는 10월 출범할 중수청의 수사 역량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중수청의 인력은 결국 기존 검찰청 인력을 흡수해 채워질 텐데, 검찰청 기능이 이렇게 마비된 상황에서 중수청의 역량이 온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결국 형사사건은 누군가는 처리해야 하는데, 조직의 업보가 있다는 이유로 우수 검사들의 이탈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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