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국채 금리 '껑충'… "세계 금융시장 혼란 확대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6.03.31 18:29
수정 : 2026.03.31 18:29기사원문
고유가 영향 인플레 우려 확산
재정 지출 늘리면서 금리 상승
이달 日 0.3%p·英 0.73%p↑
韓도 한때 3.9%대까지 올라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중동 정세 장기화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요국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장기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국채 평가손 확대와 미국의 비은행권 대출 수익성 악화 등으로 금융 시장 혼란이 확대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장 중 한 때 2.39%까지 올랐다.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이달 들어 지난 27일(현지시간)까지 0.73%p 상승했다. 영국 정부가 재원 뒷받침이 없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해 채권 매도를 촉발한 2022년 9월 '트러스 쇼크(1.29%p)'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독일 역시 같은 기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0.44%p 상승해 2022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처럼 주요국 장기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이유는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공격한 이후 중동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30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 종가는 배럴당 102.88달러로 전거래일보다 3.25% 상승했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약 한 달간 WTI 선물 가격이 장중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긴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경기 침체에 따른 재정 확대 우려를 키우며 장기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니시하마 도루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원유 수입국이 많은 아시아에서 물가 상승 대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 전망이 금리 상승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전날 한 때 3.9%대로 올라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재정경제부는 지난 26일 국채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5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조기 상환을 위한 매수)'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장기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안에 2~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도 약화됐다. 미국 금리 선물 시장을 바탕으로 정책금리를 예측하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30일 오후 기준 연내 1회 이상 금리 인하 확률은 10% 미만에 그쳤다. 1주일 전에는 약 20% 수준이었다.
이처럼 장기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 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경계했다.
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프라이빗 크레딧(비은행 대출) 동향이다.
이들 대출의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금리는 변동금리가 기본이다. 반 유타카 노무라증권 시니어 채권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하라는 지원이 이전보다 약해지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도산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출 기업 파산이 늘어나면 펀드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도 타격을 입게 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 확대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JP모건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일본 지방은행의 채권 평가손은 지난해 3월 말 대비 약 2조엔 증가했다.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지방 및 중소 금융기관의 평가손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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