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집이 마음을 흔들었다”… 염혜란, 제주 4·3 ‘어멍’으로 돌아오다
파이낸셜뉴스
2026.04.03 16:09
수정 : 2026.04.03 1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강인한 해녀를 연기한 배우 염혜란이 다시 한번 '제주 어멍'으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제주 4·3을 다룬 영화 ‘내 이름은’을 통해서다.
또 "제주 4·3 증언집이 내 마음 속 무엇을 일으켜줬다”며 "창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분들의 언어로 육성을 듣는 것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름 찾고 싶은 18세 아들과 어머니 정순 이야기
영화 ‘내 이름은’은 촌스러운 이름을 지우고 싶은 18세 아들 ‘영옥’과, 1949년 제주의 기억을 되찾으려는 어머니 ‘정순’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염혜란이 연기한 ‘정순’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해리 현상을 겪는 복합적인 인물로, 무용 선생으로 일하며 홀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의 서사를 담아낸다.
전작 캐릭터와 차이점에 대해 그는 “광례에 비하면 정순은 명이 더 길다”고 웃은 뒤 “질곡의 한국 역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강인한 어머니라는 점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순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과거를 잊고 살아도 괜찮다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셔서, 우리네와 비슷한 상황에서 점점 진실로 다가가는 과정을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1998년과 1949년을 교차하며 교실 폭력과 국가 폭력을 병치한다. 서울에서 전학 온 경태(박지민)는 영옥의 단짝이자 모범생인 민수(최준우)를 견제하기 위해 영옥을 반장으로 만든 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실의 권력 구조를 재편한다. 와중에 정순은 서울에서 온 정신과 의사의 적극적인 진료로 기억 속에 봉인한 비극적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영옥의 현재가 정순의 과거와 맞물리며 두 시대의 폭력이 연결되는 구성이다. 정지영 감독은 “외부인이 들어와 질서를 바꾸려 할 때 갈등이 집단폭력으로 번지는 구조를 참고해 이야기를 구성했다”며 “그것은 국가폭력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도 적용되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폭력에 맞설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저항이 아니라, 함께 극복하려는 연대”라며 “우정의 회복과 연대를 통해 어떤 폭력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정순의 과거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폭력적 단면을 비춘다. 정순의 어린 시절 청보리밭을 가로지르며 사냥을 벌이는 미군의 모습부터 베트남전에 참전한 아버지,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제주 4·3의 참혹한 현장까지, 비극의 역사를 관통해온 민중의 삶이 촘촘히 담긴다.
정 감독은 “제가 생각한 한국 현대사, 폭력의 역사를 정순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그것이 결국 우리의 얼굴이고,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라며 “이 작품은 주인공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체험하게 하는 이야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 이름은’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한 작품이다. 총 9778명의 시민이 힘을 보태 약 4억원을 모았고, 이는 극영화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펀딩 기록이다. 엔딩 크레딧에는 후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약 5분간 이어지며 작품의 의미를 더한다. 15일 개봉.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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