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트럼프 우회해 호르무즈 해법 탐색"
파이낸셜뉴스
2026.04.05 04:46
수정 : 2026.04.05 04: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란이 국제 에너지 해상 운송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쥔 가운데 세계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우회해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쟁 뒤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우회해 해법 모색
의회전문 매체 더 힐은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들이 항로를 재개방하기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2일 41개국 대표들을 만나 해협 재개방 계획을 논의했다. 이란이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트럼프와 미국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트럼프는 2월 28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를 대비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동맹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전쟁을 시작했다.
이란이 쉽게 굴복하지 않자 동맹들에게 전쟁에 동참하라며 희생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협력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일 기자들에게 “자신들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작전에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불평하면 안 된다”면서 “우리의 작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에 해협 개방을 위한 공격 작전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도 바레인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지역의 상업적 항행을 보호하기 위한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다.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주 표결이 이뤄진다.
유엔은 지난달 에너지와 비료 원료 등 인도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갈피 못 잡고 우왕좌왕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번 전쟁을 사전에 치밀히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을 자인하듯 호르무즈 해법에 관해 극도로 모순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대국민 연설문조차 모순으로 점철됐다. 그는 걸프지역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들이 개방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가, 전쟁이 끝나면 해협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틀 뒤인 3일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시간만 더 있으면 해협을 열고 석유를 차지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란, 통행료 징수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해협을 틀어쥐고 있다. 뚫는 것보다 봉쇄가 훨씬 더 쉬운 탓이다. 상선 단 한 척만 파괴해도 이 곳을 지나려는 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도 받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은 해당 선박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혁명수비대(IRGC)가 통행료 협상을 시작하고, 이란에 우호적인 나라들에는 특혜를 주고 있다.
유조선은 통행료가 배럴당 1달러부터 시작한다. 일부 유조선은 최대 200만배럴을 운송하고, 대금은 중국 위안화나 암호화폐로 결제된다. 통행료만 200만달러(약 30억원)를 내야 하는 것이다.
영국이 41개국을 초청해 주최한 정상회의는 통행료 납부를 거부하기로 밝혔지만 봉쇄가 길어지면 이런 결의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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