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 패권의 그늘...'최대 피해' 한국, 호르무즈 봉쇄 직격탄

파이낸셜뉴스       2026.04.05 08:00   수정 : 2026.04.05 07: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란 전쟁이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에너지 공급망이 막히자 셰일혁명으로 화석연료를 수출하게 된 미국의 입지가 외려 강화됐다는 것이다.

에너지, 더 이상 공공재 아냐


1990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만 해도 에너지는 ‘국제 공공재’라는 것이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쿠웨이트 침공을 전 세계가 함께 막아야 한다고 했다.

역대 미 대통령들은 원활한 석유 공급을 미국이 지켜야 할 임무로 봤고, 부시는 1990년 9월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36년 뒤 미국의 태도는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건 말건 관계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석유는 거의 없다”면서 “필요한 이들이 알아서 가져오라”며 발을 뺐다. 나아가 수송로가 막혀 걸프 지역의 에너지를 살 수 없으면 미국산을 더 사라고 압박했다.

"고통은 동맹들의 몫"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함께 치솟고 있고, 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3.78리터(1갤런)당 4달러를 돌파했지만 경제 자체는 큰 충격이 없다.

민심이 등을 돌리고는 있으나 미국은 석유 순수출국으로 유가 상승 타격이 크지 않다.

씨티그룹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에너지를 순수출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국내총생산(GDP)을 0.2% 끌어올린다. 이 때문에 소비 위축 등을 감안해도 올해 GDP 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0.1%p 하락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한국, 에너지 가격 상승 충격 최대


반면 에너지 순수입이 GDP의 1~2%를 차지하는 유로존(유로 사용 21개국)은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순수입이 GDP의 1~2%를 잠식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0.4%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GDP 대비 에너지 가격 상승 타격이 가장 큰 곳은 한국이다.

한국은 GDP의 6%를 에너지 수입에 지출하고 있다. 이는 한국 다음으로 충격이 큰 일본(3.2%), 인도(2.9%)에 비해 압도적을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패권의 명암


미국은 셰일혁명을 통해 석유와 가스 생산을 비약적으로 늘리면서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부시 대통령이 걸프 전쟁에 참전하던 때와는 판도가 다르다. 당시만 해도 미국 역시 에너지를 수입해야 했지만 지금은 정유공장 가동을 위해 질이 낮은 중질유를 수입하는 것 외에는 석유를 들여올 이유가 거의 없다.

덕분에 에너지 슈퍼파워가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인 이제 옥수수와 대두를 수출하는 것보다 LNG 수출로 더 많은 돈을 번다. 영화와 TV 콘텐츠 수출액과 비교하면 최대 2배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에서 ‘미 에너지 패권’을 ‘최우선 전략 과제’로 설정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미군이 체포했을 때 미국은 이중의 혜택을 봤다.

서반구에서 미 헤게모니에 도전하던 정권을 평정했고, 베네수엘라 석유 통제권까지 거머쥐었다. 트럼프는 이 통제권을 통해 쿠바로 가는 석유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도 베네수엘라처럼 이란 정권이 쉽게 굴복해 미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에너지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패권을 장악하기에는 생산 비용이 너무 높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탓에 모두들 다른 공급원을 찾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트럼프가 에너지 패권을 노린다고 해도, 에너지를 무기화했다가 신뢰를 잃은 러시아 꼴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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