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연계’ 공수표, 누가 책임지나
파이낸셜뉴스
2026.04.05 18:15
수정 : 2026.04.05 18:15기사원문
원하는 바를 눈앞에 두고도 끝내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 이른바 '희망고문'이다.
"성과가 낮은 인턴의 경우 계약 조기종료가 오히려 다른 기회를 빠르게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대웅그룹이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선발한 채용연계형 신입 인턴 4명 중 1명에 대한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도 종료한 배경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앞서 회사는 근로계약서에 3개월의 계약기간을 명시하고 평가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고지했다. '채용연계'라는 명목으로 기대를 형성해 놓고도 검증의 시간조차 온전히 부여하지 않는 방식은 탄탈로스의 형벌을 연상케 했다.
계약기간의 중도 해고 가능성이 명확히 고지되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데다 기업 내부적으로 계약 중도 종료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고 해고 인턴들에게 계약해지 동의서 작성을 요구한 사실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중도 해고가 문제의 소지를 인지한 상태에서 계획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면 그 책임의 무게 역시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기업에서 인턴계약 일부가 조기종료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3개월 계약 후 정규직 검토'라는 결과적으로 실행 의지를 의심케 하는 약속을 제시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무효화했다는 점에서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공수표'에 가깝다. 기업의 공수표 남발에 대해 아무런 법적·사회적 대가를 묻지 않는다면 채용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책임지지 않는 약속은 관행이 되고 피해는 취준생에게 전가된다.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감시와 문제 제기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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