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연계’ 공수표, 누가 책임지나

파이낸셜뉴스       2026.04.05 18:15   수정 : 2026.04.05 18:15기사원문

물은 눈앞에 있지만 마실 수 없고, 열매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지만 끝내 잡히지 않는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신들의 노여움을 샀던 탄탈로스가 받은 형벌이다. 특히 잔인한 점은 조금만 노력하면 곧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반복된다는 데 있다.

원하는 바를 눈앞에 두고도 끝내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 이른바 '희망고문'이다.

"성과가 낮은 인턴의 경우 계약 조기종료가 오히려 다른 기회를 빠르게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대웅그룹이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선발한 채용연계형 신입 인턴 4명 중 1명에 대한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도 종료한 배경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앞서 회사는 근로계약서에 3개월의 계약기간을 명시하고 평가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고지했다. '채용연계'라는 명목으로 기대를 형성해 놓고도 검증의 시간조차 온전히 부여하지 않는 방식은 탄탈로스의 형벌을 연상케 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2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6만2000명 감소한 234만6000명으로 집계돼 2017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다수 취업준비생들은 전형 하나를 통과하기 위해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시간을 투자한다. 합격 통보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한 노력으로 얻어낸 계약기간 3개월을 '시간 낭비'로 간주해 단축하고도 중도 퇴출을 기회로 규정하는 태도는 위선에 불과하다.

계약기간의 중도 해고 가능성이 명확히 고지되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데다 기업 내부적으로 계약 중도 종료에 대한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고 해고 인턴들에게 계약해지 동의서 작성을 요구한 사실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중도 해고가 문제의 소지를 인지한 상태에서 계획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면 그 책임의 무게 역시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기업에서 인턴계약 일부가 조기종료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3개월 계약 후 정규직 검토'라는 결과적으로 실행 의지를 의심케 하는 약속을 제시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무효화했다는 점에서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공수표'에 가깝다.
기업의 공수표 남발에 대해 아무런 법적·사회적 대가를 묻지 않는다면 채용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책임지지 않는 약속은 관행이 되고 피해는 취준생에게 전가된다.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감시와 문제 제기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 돼야 하는 이유다.

yesj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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